에어크루즈타고 하늘로 ‘둥실’ 발아래 출렁이는 바다 ‘아찔’/송림공원∼암남공원 1.62km 운행/지난해 개통 용궁구름다리 아찔하게 펼쳐져/영화 무대로 뜬 영도 흰여울마을/산토리니처럼 온통 블루/‘핫플’ 흰여울해안터널에선 연인들 ‘인생샷’
잠시 덜컹거린 케이블카는 곧장 바다 위를 빠르게 질주한다. 투명한 크리스털 유리를 통해 훤히 내려다보이는 발아래 푸른 바다는 아찔하다. 예쁜 모래사장, 입항을 기다리는 선박, 부산의 스카이라인을 바꿔 놓고 있는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 절벽을 따라 이어진 해안산책로까지. 송도해상케이블카가 고도를 점차 높이자 송도와 영도 바다의 풍경이 짜릿한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송도해상케이블카 타고 즐기는 용궁구름다리
부산 송도해수욕장은 1913년에 개장된 우리나라 최초의 공설 해수욕장. 깨끗한 모래사장과 맑은 물 덕분에 1960∼1970년대 전국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피서객과 신혼부부들의 사랑을 받았다. 다이빙대에 오르려 줄을 서서 기다리는 빛바랜 흑백사진은 이곳이 얼마나 인기 높은 곳이었는지를 실감나게 한다.
송림공원과 거북섬을 연결한 구름다리와 함께 사랑받던 송도 명물이 1964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케이블카. 1987년 태풍 ‘셀마’가 덮쳐 출렁다리와 다이빙대가 완전히 무너지고 케이블카도 1988년 폐장돼 사라졌다. 2003년에는 태풍 ‘매미’로 해수욕장이 기능을 상실할 정도로 큰 피해를 봤다. 그렇게 사라졌던 명성은 2013년 해수욕장 개장 100주년을 맞아 다시 돌아왔다. 추억의 다이빙대가 복원됐고 케이블카도 ‘부산에어크루즈’라는 멋진 이름을 달고 2017년 6월부터 다시 힘차게 송도 바다 위를 날고 있다. 옛 케이블카는 420m 구간을 오갔지만 송도해상케이블카는 송도해수욕장 동쪽 송림공원에서 서쪽 암남공원까지 4배에 달하는 1.62㎞를 운행한다. 케이블카는 바다가 보이도록 바닥을 투명하게 제작한 크리스탈캐빈과 일반 에어크루즈 등 두 종류다.
송도베이스테이션을 출발한 케이블카는 거북섬과 구름산책로 위를 순식간에 지나며 고도를 높인다. 오른쪽으로 반달모양의 송도해수욕장과 거북이모양의 다이빙대가 펼쳐졌고 성급한 피서객들이 한가로이 물놀이를 즐긴다. 송도해안둘레길과 입항을 기다리는 선박들, 남항대교가 파노라마로 펼쳐지고 송도베이스테이션 뒤쪽으로 짓고 있는 69층짜리 초고층 주상복합 3개동까지 아찔하게 한눈에 들어온다. 케이블카가 최고 높이 86m를 찍는 순간 바닥을 내려다보면 마치 바다 위에 서 있는 듯 온몸이 오싹오싹하다.
정점을 지나자 저 멀리 용궁구름다리가 펼쳐진다. 지난해 6월 개통한 여행지로 송림공원에서 거북섬까지 150m 구간을 연결했던 다리를 장소를 옮겨 복원했다. 암남공원과 작은 동섬을 연결한 복층구조의 원형탐방로로 출렁이는 다리를 건너면 손에 잡힐 듯 펼쳐지는 푸른 바다를 만끽하게 된다. 용의 비늘에 소원을 적어 거는 조각품 ‘소원의 용’이 설치된 송도스카이파크 1층 파크스퀘어에서 용궁구름다리로 가는 산책로가 이어진다. 송도스카이파크 3층 하버전망대는 빨간 경비행기 위에 앉은 어린왕자가 여행자들을 반기고 소중한 순간을 캡슐에 담아 보관하는 모멘트 캡슐, 공중그네 체험 시뮬레이터 ‘VR스카이스윙’도 마련됐다. 4층 베이하버 옥상정원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이노 어드벤처로 꾸며졌다.
송도해안 볼레길은 힐링코스다. 송도해수욕장의 ‘굳세어라 금순아’ 노래비가 세워진 현인광장에서 송도해안산책로~ 암남공원 해안길~두도전망대로 이어지는 순환형 해안 산책로로 8.3㎞에 달한다. 1억만년 전에 생긴 해식절벽에 만들어 기암괴석의 절경을 즐기다 보면 스트레스는 순식간에 날아간다. 솔숲이 우거진 암남공원에는 다양한 조각작품과 행복·사색·도전·바라기 치유숲길이 마련돼 천천히 걸으며 사색하기 좋다.
#‘인싸들의 핫플’ 흰여울해안터널에서 ‘인생샷’
송도해수욕장 맞은편 영도 흰여울마을 골목으로 들어서자 아기자기하고 예쁜 카페, 서점, 소품숍들이 바다에 포근하게 안겨 있다. 연인들은 그리스 산토리니 골목처럼 온통 블루로 꾸민 예모갤러리 옆 계단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면 예쁜 사진을 찍는다. 화이트로 칠한 북카페 여울책장 테라스와 아담한 북카페 손목서가에서는 진한 커피향이 골목까지 흘러나온다.
흰여울마을은 예쁜 이름과 달리 슬픈 사연을 안고 있다. 여름에 장마 때면 봉래산 기슭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폭포수처럼 마을 계단을 따라 쏟아졌고 멀리서 보면 마치 흰 눈이 내리는 것처럼 보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처럼 달동네 이미지가 강하던 마을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영화와 방송을 통해 마을이 소개되면서부터다. 영화 ‘변호인’,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와 인기방송프로그램 ‘무한도전’ 등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입소문이 나면서 방치되거나 버려진 집들이 하나씩 새 주인을 찾았고 카페와 소품숍들이 점차 늘었다. 영화 ‘변호인’에 등장한 허름한 집 계단은 이젠 인기 포토존이다.
마을 앞 바다에는 중대형 선박 수십척이 둥둥 떠 있는 풍경이 이색적이다. 바로 부산 남항 외항의 묘박지(錨泊地)로 부산항에 들어오는 화물선, 원양어선, 선박수리나 급유를 위해 찾는 선박들이 닻을 내리고 잠시 머무는 곳으로 하루평균 70∼80척이 찾는다. 마을 5곳에서 가파른 계단을 통해 절영해안산책로로 내려갈 수 있다. 푸른 바다를 만끽하며 걷다 보면 터널을 만나는데 요즘 ‘인싸들의 핫플’로 유명한 흰여울해안터널이다. 서로 안고 마주보거나 두팔로 커다란 하트를 그리면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을 남긴다. 바닷가를 따라 중리해녀촌까지 산책로 2㎞가량 이어지며 제주도 출신 해녀 할머니들이 직접 잡은 싱싱한 해산물을 덤으로 맛볼 수 있다.
부산=글·사진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