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있었던 일이다. 가난한 소년이 책을 사보고 싶었으나 돈이 없었다. 소년은 서점 쇼윈도 너머로 책 한 권이 펼쳐진 걸 보고 가까이 다가가 읽었다. 소년은 매일 그곳을 지나다니며 책을 읽었다. 책 페이지가 고정된 까닭에 똑같은 내용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책이 다음 페이지로 펼쳐져 있었다. 서점 주인이 소년의 모습을 보고 날마다 책장을 넘겨 진열한 것이다.
섣달그믐 밤 일본 삿포로의 우동집 ‘북해정’에 한 어머니가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그녀는 머뭇거리더니 우동 1인분을 주문했다. 안쓰럽게 여긴 주인은 1인분에 반 덩이를 더 넣어 우동을 삶았다. 세 모자는 한 그릇을 오순도순 나눠 먹었다. 이들은 다음해에도, 그 다음해에도 같은 자리에서 우동을 나눠 먹었고 주인은 몰래 우동을 더 넣었다. 그 이후 주인이 섣달그믐이면 자리를 비워 놓고 기다렸으나 모자는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10여년 만에 장성한 두 아들과 함께 가게를 찾은 어머니는 주인의 친절에 감사를 표한 뒤 우동 세 그릇을 시켰다. 구리 료헤이의 단편소설 ‘우동 한 그릇’의 줄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