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그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상세히 분석한 뒤 “국가의 존엄과 자주적인 발전 이익을 수호하고 평화적 환경과 국가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강조하면서 “유리한 외부적 환경을 주동적으로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김 위원장의 첫 대미 메시지다. 향후 북·미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유연한 태도를 내비친 것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 1월 당대회에서 미국을 ‘최대 주적’으로 꼽고 핵·미사일 고도화와 ‘강대강 선대선’ 원칙을 표명한 것과 대비된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대화에 방점이 찍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화의 불씨가 살아날 수 있는 긍정적 신호가 나와 다행스럽다.
김 위원장이 지난 15일 북한 식량난을 인정한 데 이어 민생 안정을 위한 특별명령서까지 이례적으로 발령한 만큼 대화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북한의 식량 부족분을 85만8000t으로 추산하고 수입이나 원조가 없으면 8∼10월이 ‘혹독한 시기’가 될 것으로 경고한 판국이다. 김 위원장은 당면한 사태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권 보위를 위해 핵무기 개발에 나서 유엔 대북제재를 자초하지 않았던가. 핵무기 개발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지만 않았다면 재앙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핵 포기로 제재 해제를 이끌어내지 않고는 식량난을 해결할 길이 없음을 김 위원장은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