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지역 한 지구대에서 2년째 근무 중인 A순경은 올해 초부터 현장 출동 지시를 받을 때마다 가슴 두근거림을 느꼈다. 가정폭력이든 단순 주취자 신고든 현장 성격과 무관하게 증세가 계속되더니 언젠가는 손까지 떨려 운전도 하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그즈음 A순경은 본인 나이 또래 남성의 자살 추정 변사 사건을 처리한 뒤로 잠도 제때 자지 못했다. 그는 “당시 사건이 오래 기억에 남은 것 같다”며 “선배 소개로 얼마간 병원에 다니면서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A순경처럼 경찰관 입직 이후 불면증이나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겪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신임 경찰관의 불면증과 우울증 유병률이 입직 3년 만에 무려 2.5배 늘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는 직무 스트레스에 더해 교대근무로 인한 불규칙한 수면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때문이다.
연구진은 “불면증과 우울증 유병률이 두 배 이상 높아졌다는 걸 감안할 때 경찰 직무 수행과 관련해 정신건강 악화가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체 경찰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정신건강 전수조사를 주기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연구진 제안이다. 연구진은 “소방공무원처럼 매년 이뤄지는 정신건강 전수조사 프로그램 도입이 시급하다”며 “성·연령·직급·직무 등에 따른 정신건강에 대한 비교 분석을 통해 적절한 상담과 치료가 이뤄질 수 있고, 경찰공무원 자살 예방 대책까지 수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