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윤석열… ‘X파일’·‘대변인 중도하차’ 극복할까

정치권 등판 앞두고, ‘겹악재’ 맞아
이동훈 대변인 열흘만에 중도하차
‘尹 입당’ 관련 엇갈린 메시지 관측
열린민주 대변인, ‘尹 모욕’ 분석도
장성철 “윤석열 X파일 입수했다…
국민의 선택 받는 일 어려워 보여”
김재원 “아군 진영서 수류탄 터져”
국민의힘서 尹에 입당 압박 거세져
이준석 “당 들어오면 조력 받을것”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 등판을 일주일여 앞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잇단 악재가 닥쳤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언급했던 ‘윤석열 X파일’을 놓고 야권 내에서도 우려가 터져나온 데 이어 윤 전 총장의 ‘1호 영입인사’이자 그의 ‘입’ 역할을 해온 이동훈 대변인이 갑작스레 사퇴하면서 대권가도를 밟기 전부터 삐그덕대는 모양새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전 대변인은 일요일인 20일 오전 7시쯤 윤 전 총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들어가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일신상의 이유로 직을 내려놓는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조선일보 논설위원으로 근무하다가 지난 10일 윤 전 총장의 첫 대변인이 된 지 열흘 만에 돌연 중도 하차한 것이다. 이 전 대변인이 물러나면서 당분간 윤 전 총장의 공보 업무는 그에 이어 선임된 이상록 대변인이 수행하게 됐다. 이 대변인은 단체 대화방에 올린 메시지를 통해 “이 전 대변인은 지난 19일 오후 건강 등의 사유로 더 이상 대변인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고, 윤 전 총장은 아쉬운 마음으로 이를 수용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다른 이유가 더 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선 이 전 대변인의 ‘단독 드리블’이 사퇴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앞서 이 전 대변인은 지난 18일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는가’란 질문에 “그러셔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곧이어 이 전 대변인을 통해 “입당 문제는 경거망동하지 않고, 태산처럼 신중하게 행동할 것”이라는 반박성 메시지를 냈다. 이뿐 아니라 이 전 대변인이 기자들을 ‘후배’로 불렀다가 논란에 휩싸이고, 윤 전 총장의 ‘전언 정치’ 논란이 여전했다는 점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열린민주당 김성회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대변인이) 윤 전 총장과 매우 가까운 장예찬씨를 쳐낸 것이 첫 실수라고 본다”며 “신인 정치인(유튜버이며 평론가)과 동급 대접을 받는 것이 매우 불쾌했을 것이고 그 불쾌감을 그대로 드러냈으니 그건 장씨를 선택한 윤 전 총장에게 모욕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장씨는 윤 전 총장과 서울 연희동을 함께 방문해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이 전 대변인은 장씨를 ‘윤 전 총장의 지지자’로 평가절하한 바 있다. 김 대변인은 “윤 전 총장 입장에선 ‘기자 경력 좀 있다고 감히 날 끌고 가?’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도 추측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 김 전 대통령 등 노벨평화상 수상자 사진을 보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제공.

일각에서는 전날 야당 보좌관 출신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석열 X파일을 입수했다며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인 것과 이 전 대변인의 사퇴가 무관치 않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장 소장은 “윤 전 총장과 처가 관련 의혹이 정리된 파일을 입수했다”며 “이런 의혹을 받는 분이 국민의 선택을 받는 일은 무척 힘들겠다는 게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다. 방어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장 소장의 이 글은 여의도 정가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대선주자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윤 전 총장을 두고 ‘불가론’이 제기된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SNS 글에서 이를 “아군 진영에서 수류탄이 터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전 대변인이 해당 파일 내용을 확인하고는 고심 끝에 직을 내려놓지 않았겠냐는 게 의혹의 요체다. 다만 이 전 대변인은 자신의 사퇴가 X파일 논란과는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장 소장 역시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X파일에) 결정적이라고 할 만한 내용은 없었다”고 상반된 발언을 했다.

공사 중인 윤석열 캠프 2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캠프로 알려진 서울 광화문의 한 사무실 모습. 윤 전 총장은 오는 27일 대권 도전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윤 전 총장 측은 일단 후임 대변인 물색에 나섰으나 일련의 사건으로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야권에선 윤 전 총장의 조속한 등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선잠룡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을 겨냥해 “대통령이 되려면 정당정치는 피할 수 없다. 그것을 피하면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며 입당을 재촉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날 ‘강남역 모여라’라는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X파일이) 진실이 아닌 내용이나 큰 의미가 없는 내용을 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우리 당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조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윤 전 총장 측은 X파일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상록 대변인은 언론에 “X파일의 실체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번 건에는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며 “(윤 전 총장의) 대권 도전 선언 시기는 애초 계획했던 6월 말∼7월 초 시기로 조율 중이다.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 전 총장 측은 광화문의 한 빌딩에 캠프 사무실을 차릴 계획이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