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20대 대통령 선거를 8개월여 남겨놓고 여야의 대선 경선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여권에선 대선 후보 경선일정을 연기하기 위해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광재 의원 등 대선 주자들이 손잡고 일정 연기에 반대하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압박하고 나섰다. 조국 전 법무장관 편에 서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공격해온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20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로 하면서 여권의 대선 구도 역시 출렁거리고 있다. 야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그와 그 가족의 비리 의혹이 담겼다는 ‘윤석열 X파일’ 논란이 불거지면서 검증대에 오른 가운데 최재형 감사원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윤 전 총장의 맞상대로 부상하고 있다.
민주당 대권 구도의 최대 변수는 경선연기론을 둘러싼 지도부의 교통정리와 강력한 친문 주자의 등판 여부다. 송영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지도부는 ‘현행 일정’에 무게를 두고 이번 주 초에는 경선일정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입장이다. 현실적으로 선두주자인 이 지사가 반발하는 상황에서 이미 정해진 룰을 뜯어고치긴 부담스러운 것이다.
야권의 대권 구도 역시 난기류가 흐르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전언 정치’ 과정에서 입 역할을 해온 이동훈 대변인은 이날 오전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건강 등의 사유”라는 윤 전 총장 측 설명이 뒤따랐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변인이 지난 18일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기정사실로 했다가 윤 전 총장 본인이 번복한 일이 결정적 요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야권 일각에서는 민주당 송 대표가 운을 띄우며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킨 ‘윤석열 X파일’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냔 관측도 있다. 보수진영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은 전날 해당 파일을 직접 봤다며 “(윤 전 총장 측이) ‘방어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송 대표가 언급한 X파일이 실재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윤 전 총장 측으로선 정치 참여 선언을 하기도 전에 안팎으로 곤경에 처한 모양새가 됐다.
유력 주자인 윤 전 총장이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야권의 시선은 자연히 최 원장과 김 전 부총리에게 쏠리고 있다. 대권 도전 여부를 묻는 말에 “조만간 (밝히겠다)”이라고 여지를 남긴 최 원장은 주변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대선 출마 요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는 김 전 부총리는 이날 서울 명동성당에서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무료급식 봉사에 나섰다. 김 전 부총리는 ‘국민의힘 입당을 고려 중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이야기를 할 적절한 때가 아닌 것 같다”며 여지를 남겼다. 송 대표가 그를 ‘여권 인사’라고 평가한 데 대해서는 “그건 그분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장혜진·김주영·배민영 기자 jangh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