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9월까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전부 철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은 기다렸다는 듯 아프간 전역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나서 아프간 국민들의 우려가 크다. 곧 열릴 미국·아프간 정상회담은 철군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반(反)탈레반 전선 동참은 확고히 유지할 것이란 신호를 보내려는 것으로 풀이되나 탈레반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백악관은 20일(현지시간)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오는 25일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고 밝혔다. 가니 대통령은 미국 새 정부 출범 후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대면 회담을 갖는 세 번째 정상이 된다.
실제로 하미드 카르자이 전 아프간 대통령은 이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아프간을 재앙 속에 두고 떠난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카르자이는 미군 침공으로 탈레반 정권이 무너진 2001년 미국 지원에 힘입어 과도정부 수반이 됐고 2004년 대통령에 당선돼 2014년까지 집권했다. 그는 “미국 등 국제사회는 20년 전 극단주의와 싸우고 안정을 가져오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품고 아프간에 들어왔지만, 오늘날 극단주의가 절정에 달했다”며 “그들은 실패했다”고 단언했다.
탈레반의 기세는 갈수록 등등해지고 있다. 아프간 정부와의 평화협상은 하는 둥 마는 둥 뒤로는 오로지 세력 확장에만 열을 내고 있다. 탈레반 공동 설립자이자 부지도자인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는 최근 성명에서 “진정한 이슬람 체제만이 아프간의 모든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어쩔 수 없이 아프간 정부와 평화협상을 하고는 있지만 종국에는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충실한 ‘신정국가’가 아프간에 세워져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자연히 이번 미·아프간 정상회담에서 아프간 안정화 대책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백악관은 성명에서 “미국은 아프간이 다시는 절대로 미 본토에 위협이 되는 테러 그룹의 피난처가 되지 않도록 아프간 정부에 대한 깊은 관여는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