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에도 기대감을 갖는 분위기다. 식량 등 대북 인도적 지원과 코로나19 백신 협력을 고리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21일 ‘다시 시작하는 남북합의 이행’ 토론회 축사에서 남북합의 이행을 강조하면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는 남북 대화 재개”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시점에서 우리 민족끼리, 남북이 실질적으로 함께 해나갈 수 있는 사업들은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협력 사업으로는 방역 등 보건의료·재난재해·기후환경에 대한 협력, 식량·비료 등 민생협력, 비제재 품목을 중심으로 한 작은 교역 등을 들었다.
이 장관은 지난 18일에도 “기회가 되고 북의 의사가 분명하다면 식량과 관련해 협력하는 문제에 대해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전원회의에서 식량난을 인정한 만큼 북한의 의사 표시만 있으면 식량·비료 등 민생 부문 지원을 통해 남북 간 인도협력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오스트리아에서 “북한이 동의한다면 북한에 대한 백신 공급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이 호응할지는 불투명하다. 남북관계는 북·미관계와 연동돼 있어 북·미관계가 풀리지 않으면 개선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더욱이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방역이나 인도주의적 협력 등을 남북관계 개선의 비본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한·미 연합훈련 중지, 첨단 군사장비 반입 중단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북한으로서는 문재인정부 임기가 1년이 남지 않은 점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이날 이룡남 중국 주재 북한대사와 리진쥔 북한 주재 중국대사는 상대국 당 기관지에 협력을 다짐하는 내용의 기고문을 냈다. 기고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북 2년을 맞아 이뤄졌다.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의 협의를 앞두고 양국의 결속을 다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사는 인민일보에 실린 기고문에서 “북·중 양국이 긴밀히 단결하고 전략적 협력관계를 끊임없이 강화하고 발전시켜 나가면 적대세력의 악랄한 도전과 방해 음모를 분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리 대사도 노동신문 기고문에서 “북한과 함께 평화를 수호하고 미래를 공동으로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