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자치경찰제 도입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정부 출범 이듬해 목표한 자치분권종합계획 과제의 90%는 달성했습니다. 연내 중앙지방정부협력회의법과 주민참여 3법 입법화 및 2차 재정분권이 마무리되면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이라는 국정목표를 위한 초석은 닦았다고 자부합니다.”
김순은(66) 대통령직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은 ‘연방제에 버금가는 수준의 강력한 지방분권’이라는 문재인정부 국정과제의 설계자다. 한국지방자치학회·한국지방정부학회 회장 등을 지낸 김 위원장은 2018년 1월 1기 자치분권위 출범 때 부위원장을 맡아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8:22에서 74:26으로 확충하는 내용의 1단계 재정분권과 중앙정부 권한을 대폭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하는 내용의 1차 지방일괄이양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듬해 위원장 직무대행과 위원장을 거쳐 2020년 1월 임기 2년의 2기 자치분권위원장으로 재위촉됐다.
―내년 1월 시행되는 전부개정 지방자치법의 핵심 내용 및 달라지는 점은.
“한마디로 지방자치 주체가 주민이 된다. 주민참여 연령이 18세로 낮아져 주민조례를 직접 발의하거나 주민감사 청구에 참여할 수 있다. 지방의회의 인사권 확보 및 정책지원 전문인력 강화로 지방의회의 활성화가 기대된다. 지방행정 역시 특례시, 특별지방자치단체, 기관 구성의 다양화 등으로 지방 특성과 시대 변화에 맞게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앙과 지방의 관계가 크게 변화한다. 그간 지자체는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정부라기보다 중앙정부가 시키는 역할을 잘 수행하는 단체라고 역할을 한정해온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지자체가 지방정부의 위상을 갖게 되었으며, 중앙·지방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반자 관계로 협력해 나갈 것이다.”
―특별지자체의 개념 및 중앙정부 차원의 재정지원은.
“특별지자체는 기존의 행정체제를 유지한 채 각 지자체 간 협의와 협약, 연합, 통합 등의 형태로 새로운 기능과 권한을 갖는 체제를 말한다. 이달 초 행정안전부로부터 합동추진단 구성·운영 승인을 받은 ‘동남권 특별지자체’(부산·울산·경남)와 ‘해오름 동맹’(울산·경주·포항), ‘지리산권관광개발조합’(남원·장수·구례·곡성·산청·하동·함양) 등 다양한 형태의 특별지자체 협력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자치분권위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주관하고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행안부 등이 참여하는 ‘메가시티 지원 범부처 TF(태스크포스)’를 설치, 운영 중이다. 지원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이들 특별지자체에 어떤 권한을 줄 것인가, 둘째 어떤 사업을 맡길 것이냐, 셋째 재원은 어디까지 지원할 것이냐이다. 특히 균형발전위가 공모 중인 초광역 협력사업처럼 지역·사안에 따라 지역균형 뉴딜 사업 또한 시·군·구, 시·도를 뛰어넘는 초광역 사업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지방의 창의성과 추진력을 토대로 지역 상황에 적합한 대안이 제시되면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오는 10월 말쯤 구체적인 지원방안이 나온다.”
―주민참여 3법과 중앙지방협력회의법, 기관 구성 형태 다양화법 등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에 따른 부수법안 제·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법안은 왜 필요한가.
“우리의 지방자치가 다른 나라와 다른 게 우리는 지자체 통제권을 중앙정부가 갖고 있다. 이번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은 중앙의 불필요한 간섭과 규제를 걷어내는 대신 주민에 의한 ‘건전한 통제’는 강화하자는 것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경우 시민 발의 조례를 통해 시장이든, 시의원이든, 회계감사관이든 선출직 공직자는 3선 이상 연임할 수 없도록 했다. 기관 구성 다양화도 마찬가지다. 단체장을 직접 선출하지 않고 지방의원들 중에서 호선하거나 행정전문가를 영입하는 지자체가 나타날 수 있다. 내년 2, 3곳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되면 그 파급효과는 상당하다. 정치 지형이나 지역 여건이 제각각인데 상당히 좋은 방향의 지방자치 실험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자치분권의 핵심인 재정분권을 위해 위원회가 노력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자치분권위원회에서는 1단계에 이어 2단계 재정분권 추진을 위해 ‘범정부 2단계 재정분권 TF’를 통해 논의를 진행해 지방의 실질적인 재정자립을 위한 지방세수 확충, 중앙·지방이 상호 협력하는 포용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기능 이양, 교육·지방재정의 연계·협력 강화 등 자치단체의 재정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국무조정실에 제출했다. 재정분권 추진일정에 따라 늦어도 9월 안으로 관계법률이 통과될 경우 2022년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7:3에 근접한 2단계 재정분권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이라는 국정과제는 사실 모순되는 측면이 많다.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은 가능한가.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에 대해서는 ‘긴장관계’ ‘보완관계’ ‘전략적 조화’ 세 가지 관점이 존재하는데, 분권과 균형은 전략적 조화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중앙집권형 균형발전에서 자치분권형 균형발전으로의 관점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치분권 정책의 추진으로 인해 지역 간 불균형을 더 악화시켜서는 안 되며, 균형발전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자치분권을 미뤄서도 안 된다. 중앙과 지방은 동반자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며, 지역 주민들의 역량 강화 등을 통하여 주민자치가 활성화될 때야 비로소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실질적 방안도 분권과 균형의 조화이다. 자치분권이 주민이 주인되고 중앙 권한을 지방과 나누어서 스스로 책임도 지면서 자생적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균형발전은 지역 간 고른 발전으로 지방과 국가 경쟁력을 높이게 됨으로써 인구 감소를 저지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자치분권위는 그간 추진해 온 특별지자체 제도 활성화, 재정기반 강화, 자치단체 간 연계·협력 제도 활성화, 지역공동체 활성화 등의 자치분권 과제들을 잘 마무리해 ‘자치분권 2.0 시대’가 성공적으로 안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대담=박연직 사회2부장, 정리=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