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에 있는 A요양원은 요양보호사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하루 8시간 3교대 근무를 하면서 중증자와 치매 노인들까지 돌볼 수 있는 실무능력을 가진 이들이 드물기 때문이다. B요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3주 동안 구인 광고를 냈지만, 부족한 인원 3명을 구하지 못해 추가 입소자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령화와 사회복지서비스 확대로 요양보호사 국가자격시험 합격자들이 매회 무더기로 배출되고 있지만 정작 요양원 등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요양보호사는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신체·가사 활동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인력을 말한다.
하지만 이들 중 장기요양 시설에 근무하는 이는 지난해 6월 기준 47만명(40.9%) 정도이며, 최근에는 이보다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격증 취득자 대부분이 재가노인복지시설을 통해 방문 요양과 목욕·간호나 주간보호, 가족요양보호 등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말 현재 전국 노인의료복지시설(요양원)은 5795개소이며 방문요양이나 목욕, 간호, 주간보호 등을 담당하는 재가노인복지시설은 3만2122개소가 있다. 특히 가족요양보호도 보험 수가가 산정돼 급여가 지급되다 보니 가족 간 돌봄을 우선하고 있다는 게 관련 행정당국의 설명이다.
한 재가노인복지시설 관계자는 “방문요양 등을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는 대개 하루 3∼4시간 정도로 선택이 가능해 요양보호사가 선호하고 있다”며 “요양원 등은 고정된 출퇴근에 주·야 근무로 이뤄지는 데다 다소 전문성이 요구돼 꺼린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신규 자격 취득자들은 감염 확산 예방을 위해 현장실습 대신 교육기관의 영상교육을 통해 대체 이수하도록 한 것도 전문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최근 자격증 취득이 더 쉬워진 반면 현장 실습경험조차 없다 보니 기본적 업무조차 소화할 수 없을 정도”라며 “실무 경험을 갖춘 요양보호사 구하기가 어려워 요양시설을 운영하는 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주 한 요양시설 관계자는 “요양보호사들이 다양한 현장 실무를 통해 경험을 쌓고 서비스 수요를 제대로 충족하는 게 필요하다”며 “장기요양보험 수가를 개선해 요양보호사 처우 등이 나아지지 않으면 자격 취득자가 아무리 많아도 현장 구인난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