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이후의 단기적 금융불안은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중장기적으로 금융안정 리스크는 오히려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가계 및 기업의 부채 리스크가 위험수위에 도달하면서 ‘질서 있는 정상화’로 불리는 조기 금리인상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빚투’·‘영끌’에 코로나 이전보다 커진 금융시스템 취약성
◆가계·기업빚 폭증… 취약가구 부실위험 경고
가계와 기업 부채 규모도 크게 확대됐다.
가계부채는 1분기 말 기준 1765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 늘어나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 주택담보대출이 8.5% 증가한 가운데 기타 대출도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10.8% 늘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71.5%로 소득증가율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11.4%포인트 상승한 반면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44.7%)은 주가 상승 등으로 2.9%포인트 하락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가계신용은 주택 관련 자금수요 등으로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었으며 가계의 소득여건 개선이 지연되면서 가계의 채무상환부담도 확대됐다”며 “경기회복이 차별화되고 금융지원 조치 등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취약가구를 중심으로 부실위험이 증대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계대출 중 3개 이상의 금융기관으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면서 소득 하위 30% 저소득자 또는 저신용 상태인 취약대출자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70% 이상인 ‘고 DSR 대출자’인 취약부문의 연체율은 더 큰 폭으로 상승할 우려도 제기됐다.
지난해 4분기 말 취약 대출자, 고DSR 대출자의 연체율은 각각 6.4%, 0.8%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4분기 말의 7.5%, 1.0%보다 낮아진 것으로 대출금리가 하락한 영향이다.
하지만 취약 대출자 이외 대출자(0.3%), 중·저 DSR 대출자(0.5%)와 비교하면 취약부문의 연체율이 훨씬 높으면서 향후 시장금리 변동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대출은 1분기 말 기준으로 1402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1% 늘었다. 한은은 기업대출 증가세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다소 주춤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기업의 부채비율은 차입 증가에도 불구하고 자본확충 노력 등에 힘입어 2020년 6월 말 81.1%에서 12월 말 77.2%로 하락했다. 지난해 기업 10곳 중 4곳이 수익으로 이자비용도 내지 못하는 ‘좀비기업’으로 나타나는 등 취약성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가계와 기업에 부채에 따른 금융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언급한 ‘질서 있는 정상화’의 대표적인 방안으로 꼽히는 조기 금리인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날도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올해 중 금리인상 여부에 대해 “이전보다 (금융불균형 누증 완화를) 고려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금리인상 여부와 시기를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견실한 성장세가 지속한다면 그동안 이례적으로 시행됐던 완화적 금융조치는 질서 있게 정상화는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경기 회복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물가상승률도 목표 수준(2.0%)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