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사진)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2일 미국을 향해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미 메시지에 대해 “흥미로운 신호”라고 반응한 것을 ‘잘못된 기대’라고 일축한 것이다.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우리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이번에 천명한 대미 입장을 ‘흥미있는 신호’로 간주하고 있다고 발언하였다는 보도를 들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ABC방송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대화와 대결에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해 “흥미로운 신호”라면서 북한의 분명한 신호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 담화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대북제재 행정명령 효력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한 직후에 나왔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의회에 송부한 통지문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8년 6월부터 발동되거나 확대된 대북제재 행정명령과 관련해 효력 연장 방침을 밝혔다. 그는 “북한의 정책 및 조치가 미국의 국가안보와 외교정책, 경제에 비상하고 특별한 위협을 계속 제기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북한과의 실용적 외교를 앞세우고는 있지만 대북제재는 그대로 유지될 것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부장 담화가 미국과의 대화 거부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외려 북한이 협상장에 나갈 명분과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속내가 담겼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무조건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으로 기대하지 말고 미국이 구체적인 유인책을 내놓으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부부장 담화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비롯해 미국이 지금까지 보여준 대북정책 변화가 아직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라면서 “대화 재개를 위한 미국 측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가 대화 재개를 두고 ‘핑퐁게임’을 이어가면서 양측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원재연 선임기자,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march2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