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권이 주장하고 있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또 상위 2%에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는 방식의 세법 개정이 조세법률주의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한 의견을 묻자 “정부로서는 (전국민 지원금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당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피해 계층에 두텁게 지원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의 추경 규모 질의에 대해 홍 부총리는 “초과 세수 범위에서 추경안을 편성하고 있다”면서 “추경 규모는 30조원 초반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의 이날 발언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추경규모도 30조원대 중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던 여당 입장과 차이가 있다. 전날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당의 입장은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안도 지급 방식이 다를 뿐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줘야 한다는 당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단서를 붙였다.
소득 하위 70%에는 현금성 지원을 하고 소득 상위 30%는 신용카드 캐시백의 형식으로 지원하는 정부안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아울러 전날 박 정책위의장은 “추경 규모는 33조~35조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추가로 들어오는 세수 범위에서 추경을 편성하고 있으므로 국가 채무가 늘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아울러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당론으로 채택한 ‘상위 2% 종부세’가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고 보지 않느냐는 정의당 장혜영 의원 질의에 “법에서 준거를 제시하고 구체적인 금액을 시행령으로 위암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는 조세법률주의에 상충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앞서 민주당이 당론으로 확정한 종부세 상위 2% 부과 방안에 대해 과세 대상을 비율로 정한 전례가 없어 헌법상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헌법 제59조는 ‘조세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정부가 가격이 아닌 비율로 매년 과세 대상을 정하는 것은 위헌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논란에 대해 홍 부총리는 “지금 소득세법을 보면 1세대 1주택 비과세 기준이 9억원인데 그 기준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홍 부총리는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과 질의·답변 과정에서 “정부 검토 의견이 2%는 아니었고 법에서 (과세) 대상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조세법률주의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해 민주당이 확정한 당론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만 여러 유사한 입법례로 봤을 때 어렵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