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걸려도 병원 못 가는 미얀마 시민들… “끌려갈까 봐”

개인병원 등 군경의 핵심 표적 돼
아무 때나 급습해 환자까지 체포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벌어진 모습. 한 시민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이라고 한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 의심 증세가 있어도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미얀마의 반(反)군부 인사들이다. 미얀마는 올해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군 장성들이 정권을 쥐고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가운데 민주화운동을 하는 반군부 인사들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으러 갔다가 체포될까봐 병원행을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다. 

 

25일(현지시간) 미얀마 매체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군대와 경찰은 나흘 전 밤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반군부 인사 4명을 전격 체포했다. 이들은 한 시민단체 건물에 숨어 있던 중이었다. 문제는 이들이 코로나19 확진자들이란 점이다.

 

체포된 반군부 인사들을 숨겨준 시민단체 관계자는 현지 매체에 “그들(반군부 인사들)은 실은 지난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우리 사무실 내에서 자가격리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확진 판정이 난 이상 병원에 가서 의사의 진료 및 처방을 받아야 했지만 (체포당할까봐) 갈 수가 없어서 연구소 내 사무실에서 임시 치료를 받으며 머물던 중이었다”고 덧붙였다.

 

말하자면 시민단체 사무실을 일종의 생활치료시설 삼아 그곳에서 격리와 치료를 하고 있었는데 그만 군경에 붙들려갔다는 얘기다.

 

미얀마에서는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시민들이 여럿 모여 반군부 시위를 하고 역시 밀집한 군경이 이를 막고 진압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번지기 때문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두 자릿수 정도였던 일일 신규 확진자는 이달 들어 세 자릿수로 늘었다. 최근에는 500명대와 600명대를 넘어 전날에는 무려 787명까지 치솟는 등 가파른 증가세다.

24일(현지시간) 미얀마 서부 라카인의 한 학교 학생 모습. 미얀마에서 급속히 퍼지는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마스크는 물론 얼굴보호대까지 착용하고 있다. 라카인=EPA연합뉴스

문제는 코로나19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는데도 진단검사와 치료를 맡을 의료진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2월 1일 이후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집단 중에서도 의료진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들은 군부에 반대하는 이른바 ‘불복종’ 운동 차원에서 병원 등 의료 현장을 떠나 시위대 곁으로 달려가고 있다. 

 

이 때문에 잔혹한 미얀마 군부는 불복종 운동에 참여한 의료진을 붙잡아 재판에 넘기는 등 무자비한 탄압을 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의심 증세를 보이거나 확진 판정을 받아 검사 및 치료가 필요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은밀하게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는 개인병원이나 자선 진료소를 군경이 급습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고 현지 매체는 지적했다. 이 경우 의료진은 물론 반군부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도 무차별 체포한다. 이 과정에서 확진자와 접촉한 군경 요원도 감염되는 등 미얀마의 코로나19 상황은 악화일로는 걷는 실정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