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6·25 한국전쟁 후 대전 민간학살의 진실은 여전히 땅 밑에 묻혀있고 아픔도 현재진행형이다.
대전 산내학살사건 제71주기 제22차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27일 오후 2시 동구 낭월동 13번지 산내골령골임시추모공원에서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제주4·3희생자유족회대전위원회,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전남지회, 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 황인호 대전동구청장, 박영순·장철민 국회의원,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위령제는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장의 유족 대표 인사, 골령골 희생자 발굴을 지휘하고 있는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의 평화공원 조성 및 유해발굴 경과·계획, 김복영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장·정근식 진실화해를 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의 추도사 등의 순으로 마련됐다.
전미경 유족회장은 유족 대표 인사에서 “한국전쟁 발발 71년이 흘렀지만 유족들은 골령골에 가족을 잃고, 빨갱이라는 주홍글씨가 무서워 수습마저 포기해 숨어 살아야했다”며 “올해는 특별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말 진실화해위원회가 발족해 중단됐던 진상규명 작업이 시작돼 무려 9평에서 234구의 희생자 유해가 발굴됐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이어 “여기에 더해 지금 현장에서 보고 느끼는 것처럼 전국 희생자 평화공원 조성이 속도를 내고 있다”며 “골령골이 평화와 인권이 살아 숨쉬는 세상을 만드는 역사적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복영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장은 추도사에서 “오늘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앞에 함께 서 있다”라며 “71년 전 우리 부모형제를 향해 총질을 한 경찰과 군인 등 가해자는 진실을 숨기고 피해자인 유가족만 한 숨 속에 가슴앓이로 살아왔다. 지난 해 5월 국회 본회의에 통과한 법안이 제2기 조사위원회가 출발했고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져 국가공권력으로 인해 억울한 유족이 단 한명도 없이 가슴속깊이 맺혀있는 한을 풀어 줘야한다”고 말했다.
정근식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은 “2007년 진실화해위원회는 처음으로 유해발굴을 통해 당시의 처참했던 사건의 현장을 확인했다”며 “2011년 전국 민간인희생자 위령시설 조성계획을 구상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하였을 때에도 이곳이 왜 골령골로 불리는가를 고심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유해들이 발에 차 일 정도로 지표 표면에 드러나 있었다. 정부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지난해 12월 출범한 2기 진실화해위원회가 맡은 바 임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유족 여러분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 주변에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용기를 가지고 위원회에 진실규명 신청서를 접수할 것을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위령제는 대전시, 대전 동구, 제주4.3희생자유족회,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후원으로 진행됐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