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의 아가씨.’
‘토스카’, ‘라 보엠’, ‘나비부인’, 그리고 ‘투란도트’까지 세계 오페라 무대에 쉬지 않고 오르는 명작을 여럿 만든 이탈리아 작곡가 푸치니가 자신의 최고작으로 아꼈다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 낯선 오페라다. 미국이 ‘꿈의 대륙’으로 당대 유럽인에게 떠오르던 시절인 1910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서 초연됐다. 그 후 111년 만에 우리나라에서도 ‘서부의 아가씨’가 국립오페라단 신작으로 선보인다. 마치 영화 같은 전개와 현대적인 음악이 특징인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건 이탈리아 출신 니콜라 베를로파(사진). 2018년 국립오페라단 ‘코지 판 투테’ 연출을 맡아 신선한 해석으로 호평받았던 연출가다.
세계일보와 서면인터뷰에서 니콜라는 “푸치니의 창의적 작업은 멜로디 작곡, 오케스트레이션, 음악적 드라마투르그에서 최고임이 틀림없다”며 “‘서부의 아가씨’는 멜로디 면에서 가장 우수한 창작을 했기 때문에 작곡자가 최고로 여긴 것 같다. 푸치니가 성악과 오케스트라 구성의 ‘거장주의(virtuosism)’를 즐겼는데 이 작품에서 그 절정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여러 작곡가가 이 작품을 흠모한 이유에 대해서도 “대본과 오케스트레이션의 현대성 때문”이라고 답했다. “저는 토스카니니, 라벨과 말러의 이 작품에 대한 평가에 동의합니다. 이 오페라는 1900년대 초반 기풍인 유럽 전통을 파괴하는 음악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라벨, 스트라우스, 하물며 (12음 주의의)알반 베르크와도 유사합니다.”
연출로서 그는 영화가 생겨나던 시기에 만들어진 이 작품이 가진 영화적 특성에 대해 “놀라운 수준이다. 영화시대를 예고했다”고 설명했다. “푸치니는 ‘서부의 아가씨’로 영화 장르, 웨스턴 영화 장르를 개척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그가 악보에 써놓은 타이밍은 마치 영화 세트장 세트업 시간을 주기 위한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광활한 서부 자연은 이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현재 유령도시가 된 디트로이트의 극장을 배경으로 울창한 숲, 험준한 산, 눈보라가 휘날리는 겨울 풍경 속에 고립된 광부들의 삶을 그려내면서 매 장면 인간을 압도하는 대자연을 무대 위에 펼쳐낼 예정이다. “무대 디자이너 아우렐리오 콜롬보와 자연을 재발견하는 콘셉트로 시작했습니다. 미니의 술집은 현재 유령도시가 되어버린 디트로이트 극장을 이미지로 무대를 꾸몄습니다. 특히 장이 끝날 때마다 자연이 인간을 압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7월 1일부터 4일까지. 3일 오후 3시 공연은 ‘크노마이오페라’에서 생중계.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