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MLB)에서 5월까지 순항하던 류현진(34·토론토)은 6월 들어 위기를 맞았다. 지난 4일 휴스턴 전에서 5.2이닝 동안 7실점(6자책점)으로 무너진 데 이어 두 경기 연속 3실점씩을 내주며 슬럼프에 빠졌다. 미국 진출 이후 자신을 지탱해준 핵심 변화구인 체인지업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이 주원인이었다. 칼날 같던 제구가 사라지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0.185에 달했던 체인지업의 피안타율이 0.269까지 치솟았다.
류현진은 체인지업 구사를 줄이고 직구 구속을 늘리며 위기 타개에 나섰고, 결국 지난 21일 볼티모어전에서 7이닝 3안타 1실점으로 부활했다. 다만, 남은 시즌을 위해서라는 주무기인 체인지업의 위력은 되찾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고무적인 것은 류현진의 체인지업이 다시 상대 타자들에게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날 그는 총 91개의 투구를 던졌고, 이 중 체인지업을 26개 구사했다. 32개의 직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개수로, 특히 체인지업 헛스윙 비율이 23%로 시즌 평균인 19.5%보다 향상됐다. 현지 해설도 7회 초 급격한 난조에 빠지기 전까지 “좋은 체인지업”이라고 여러 차례 평가하기도 했다. 이 체인지업을 기반으로 직구와 컷패스트볼 등을 섞는 특유의 레퍼토리를 다시 살려 승리를 잡아내는 데에 성공했다.
경기 뒤 류현진도 “지난 두 번의 경기보다 체인지업이 괜찮았고, 불펜 투구에서도 좋은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투구를 마친 뒤에는 호투에도 불구하고 “체인지업 제구가 아직 완벽하지 않다”고 불만을 드러낸 바 있지만 이날은 공의 위력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다만, 7회 상황에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프랑코에게 쓸데없는 볼넷을 준 게 컸다”며 “홈런을 맞더라도 3점이었는데, 그 볼넷 탓에 4점을 주게 된 터라 가장 아쉽다”고 자책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