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현 정부 전·현직 고위공직자들이 야권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현실에 침묵 속에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현 정부 주요 기관의 책임자였던 인사들이 잇따라 야권 후보로 정치 참여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할 수 없는 상황에 불편한 속내가 감지되고 있다.
최 원장의 사퇴가 언론보도로 알려진 27일, 청와대는 최 원장이 공식적으로 청와대에 사의 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윤 전 총장, 최 원장, 김 전 부총리 등이 야권 대권 주자로 이름을 올리는 것에 대해 “밝힐 입장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청와대의 ‘침묵’에는 자칫 대선 과정에서 불공정 시비가 제기될 수도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청와대에서는 윤 전 총장과 최 원장의 사퇴 및 대선 행보가 임기 말 공무원 조직의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최고 권력기관인 검찰총장 출신이며, 최 원장은 공무원 복무 기강과 복무 상태를 감찰하는 감사원의 책임자여서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정권을 뒷받침하는 최고 권력기관 수장들이 앞다퉈 야권 대선 후보로 나서는 현 상황이 공무원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수석은 “임기를 채우지 않는 이유가 정치적인 행위를 위해서라면, 책임 소재를 떠나서 조직에는 마이너스 효과”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최근 ‘불공정’ 반발이 일고 있는 박성민 청년비서관의 거취에 대해서는 “비판 여론이 일반화됐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청년비서관 자리가 시험으로 선발하는 자리는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 수석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비서관은 2019년 민주당 청년대변인 공개오디션을 통해서 발탁되지 않았느냐”며 ”국민의힘에서 하는 토론배틀은 멋진 이벤트고 민주당이 공개오디션을 통해 뽑은 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냐”라고 지적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