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 홍보영상 ‘독도 분쟁’ 표기 日 정권 입맛에 맞춰 도발 노골화 주전장 SNS 등 사이버 공간 확대 FOIP 업은 일본식 논리 경계해야
경상북도 울릉군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
일본 자위대 통합막료감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구상을 홍보한다면서 만든 일본어 동영상 지도에 독도를 ‘다케시마 영토문제’ 지역으로 표기해 파문을 일으켰다. 우리 정부가 항의하자 영어·프랑스어 동영상을 추가 게시하며 반격했다. 표현도 한 술 더 떠 ‘다케시마 영토문제’에서 ‘다케시마 영토분쟁’으로 수위를 높였다.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방출 결정 시 “한국 따위에게 (항의를) 듣고 싶지 않다”(산케이신문 일본 정부 고관 인용 보도)던 것처럼 자위대도 한국은 안중에 없다는 배 째라는 식 태도를 보여줬다.
자위대의 독도 영유권 주장 자체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우익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 시절이던 2005년부터 방위백서에서 “고유의 영토인 다케시마 영토문제가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존재”라는 표현을 명기하는 등 영유권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주목할 점은 자위대가 전개하는 독도 영유권 주장의 형식과 내용이 보수우익 정권 입맛에 맞춰 더욱 노골화했다는 것이다.
먼저 자위대가 독도 영유권 주장을 펼친 무대는 SNS였다. 자위대는 그동안 방위백서나 러시아 군용기의 동해 통과와 관련한 보도자료를 발표할 때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거나 지도에 독도를 일본령으로 표시를 했으나, 이번과 같은 SNS를 활용한 적극적인 선전 공세는 대단히 이례적이다. 도쿄올림픽대회조직위 홈페이지의 독도 표시, 우리의 독도방어훈련에 대한 일본의 항의에서 보듯이 일본의 독도 선전전 강화와 함께 주전장도 사이버 공간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독도 문제의 국제화 의도도 더욱 선명해졌다. 이번 동영상은 지난달 일본 규슈에서 있었던 미국·프랑스·일본의 첫 육상 연합훈련과 동중국해에서 실시된 미국·프랑스·호주·일본의 해상 연합훈련을 담고 있다. 영어와 프랑스어권 나라와의 훈련임을 감안하더라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두 언어로 선전물을 제작한 배경이 의심스럽다.
특히 자위대는 독도와 러시아의 쿠릴열도 4개 도서 문제에 대해서는 영토분쟁이라는 표현을 넣어 부각하면서도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제도) 문제는 적시하지 않아 중·일의 영유권 분쟁을 은폐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여줬다. 자민당은 2019년 참의원(상원) 선거 당시 독도에 대한 연구기관 설치와 국제홍보 강화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다. 앞으로 국제사회를 향한 일본 당국과 우익 세력의 독도 영유권 선전전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
무엇보다 자위대가 독도 영유권 주장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 홍보에 얹었다는 것이 우려된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은 2016년 8월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밝힌 전략 구상이다. 미국의 적극적 지지를 받는 이 구상은 법의 지배, 항행의 자유, 자유무역을 확보해 아시아에서 아프리카까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번영을 추구한다는 명목이지만 실상은 중국의 부상과 해양 진출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만 알려져왔다.
그런데 자위대는 이번 동영상에서 지역의 안정 위협으로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중국 겨냥)는 물론 ‘북방영토분쟁’(→러시아), ‘한반도를 둘러싼 문제’(→북한)와 함께 한국을 겨냥한 독도 문제를 적시했다. 일본이 주장하는 방식으로 독도 문제가 해소되어야만 지역 안정 위협 요인이 사라진다는 무서운 논리적 흐름이 숨어 있다.
결국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의 그 끝은 무엇인가, 일본이 주장하는 방식으로의 독도 문제 해소인가, 하는 합리적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