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사 직전’ 구조된 어린이, 갑자기 사망…‘니어드라우닝’ 주의해야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하룻 만에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 발생
전체 익사 환자의 10%…특별한 전조증상 없다가 갑자기 사망
구조된 뒤 안심 말고 부모가 하루 정도 곁에서 상태 잘 돌봐야
연합

 

 

요즘처럼 낮 최고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더운 여름철이 찾아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물놀이’이다. 이는 그만큼 물놀이 사고에 대한 위험도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물에 빠져 익사 직전까지 갔던 어린이를 구조했다면 부모가 어린이를 한나절에서 하루 정도 곁에서 지켜봐야 한다. 잘못하다간 밤새 폐에 물이 차올라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르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물놀이 도중 익사 직전까지 갔던 어린이를 구조했다면,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더라도 안심하지 말고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와 관련해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오범진 교수는 “(어린이가) 수 분 동안 물에 빠졌다면 건질 때 괜찮아 보여도 이후에 갑자기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현상을 ‘니어드라우닝’[(Near drowning)‘이라고 한다. 니어드라우닝은 거의 익사에 이르렀거나 익사 직전의 상태에 빠졌다는 말이다.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에도 아직 정확히 한 단어로 표현한 용어가 없다.

 

사람이 물에 빠지면 크게 3가지 상태로 구분할 수 있다. 익사하거나 무사히 구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가끔씩 무사히 구조됐음에도 나중에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마지막 경우는 드물게 발생하지만 물에 빠졌던 아이가 멀쩡히 집에 왔다가 아침에 사망한 채로 발견되는 사례들이 보고돼 사회적인 이슈가 되기도 한다. 

 

오 교수에 따르면 통계적으로 이런 경우가 전체 익사 환자의 10% 미만에서 발생한다. 주로 성인보다는 어린 소아 환자들이 많다.

 

니어드라우닝 현상은 물에 빠졌다고 무조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심각한 상황에서 구조된 경우 나중에 발생할 수 있다. 물에 빠졌을 때의 상황이 중요하다. 가령 물에 빠져 몇 초간 허우적거리다 바로 구조됐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수분 이상 물속에 있으면서 물도 많이 먹고 위험한 상황에서 구조가 된 환자라면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

 

문제는 니어드라우닝은 정확한 전조증상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니어드라우닝은 익사와 달리 물에 빠졌다 건진 직후에는 환자의 상태가 멀쩡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바로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촬영해도 폐 사진이 깨끗하다.

 

심각하다고 생각되는 상황에서 구조돼 병원에 갔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다면 당연히 환자와 보호자는 안심하고 집에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아침에 깨보니 아이가 숨져 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보호자가 환자의 상황을 잘 살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 교수는 “물에 빠진 직후 병원까지 다녀왔을 정도라면 집에 와서도 한나절에서 하루 정도는 안심하지 말고 항상 상태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요즘처럼 대부분의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방에서 혼자 자는 경우 밤새 아이에게 문제가 생겨도 아침까지 부모가 확인을 하지 못해 대처를 못하고 사고가 나는 경우가 생긴다.

 

만약 아이한테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서둘러 119에 전화해 병원 응급실을 가야 한다. 응급실에 가서 조치를 취하고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하면 중환자실에서 삽관 등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오 교수는 “결국 폐에 물이 차는 건데 그걸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그걸 잘 넘어갈 수 있으면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