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고교생용 중국어 교과서가 김치를 ‘파오차이’(泡菜)로 잘못 번역해 논란이다.
29일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는 국내 중국어 교과서 출판사 다락원, 시사북스, 능률, 지학사, 정진 등을 대상으로 ‘파오차이’ 대신 농림부가 제정한 김치의 중국어 표기인 ‘신치’(辛奇)로 바꾸거나, 김치 고유명사 그대로 수정할 것을 요청했다.
앞서 반크에 따르면 지학사는 ‘김치라면전골’을 ‘파오차이라멘훠궈’로, 정진출판사는 김치를 ‘파오차이’로, 시사북스는 ‘너는 김치를 담글 줄 아니?’라는 예문에서 ‘파오차이를 담근다’(做泡菜)'라고 각각 번역했다.
또 능률출판사는 김치 그림과 함께 ‘파오차이’(泡菜)와 ‘맵다’를 의미하는 단어 ‘辣’(랄)을 함께 제시해 ‘김치가 매워요’라는 문장을 완성하게 했다.
이뿐만 아니라 사시북스, 능률출판사는 어휘 색인에서도 파오차이(泡菜)를 김치로 뜻풀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관해 박기태 반크 단장은 “중국이 김치 종주국인 한국을 무시하고 김치가 중국의 음식이라고 왜곡하는 상황에서 이같이 중고등학생들이 배우는 중국어 교과서에서 김치를 ‘파오차이’로 오역하는 것은 중국의 국제 홍보에 악용될 수 있기에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파오차이는 중국 쓰촨(四川)성의 염장 채소로, 피클에 가까운 음식이다. 중국은 김치를 ‘한궈 파오차이’(韓國 泡菜)로 부르며 김치의 기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통 음식을 두고 멀어진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관영 환추스바오는 지난해 11월 쓰촨의 파오차이가 국제표준화기구(ISO) 인가를 받았다면서 ‘김치 종주국’인 한국이 굴욕을 당했다고 전했다.
또 장쥔(張軍)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지난 1월3일 트위터를 통해 앞치마를 두르고 위생 장갑을 낀 채 갓 담근 김치를 들어 올린 사진을 게시했다.
당시 그는 “겨울 생활도 다채롭고 즐거울 수 있다. 한 가지 방법은 손수 만든 김치를 먹어보는 것”이라면서 “별로 어렵지 않다. 동료들도 정말 맛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후 논란이 일자 지난 1월13일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법률위원회(정법위) 안젠(安劍) 위원장은 “자신감이 없으면 의심이 많아지고, 갖가지 피해망상이 생기는 것”이라며 한국 누리꾼들을 저격했다.
안 위원장은 “김치는 한국 것이고, 곶감도 한국 것이고, 단오도 한국 것이라고 한다”며 “결국 모든 것에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이유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조롱했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3월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국내 김치 제조 기업들을 대상으로 ‘파오차이’(泡菜)라는 중국식 김치 표기를 강제했다.
김찬영 온라인 뉴스 기자 johndoe98@segye.com
사진=반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