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부산지법 제6형사부 류승우 부장판사는 29일 오 전 시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또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5년간 아동·청소년시설과 장애인복지시설에 대한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피고인이 월등히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권력에 의한 성범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정치가 들어설 부분이 없는 사건이었기 때문에 정치적인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면서 정치적인 해석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또 검찰이 적용한 강제추행치상 혐의에 대해서도 “피해자는 업무수행 중 무방비 상태에서 이번 사건을 당해 매우 치욕적이고 정신적인 충격이 상당했을 것으로 인정된다”며 “사회적 관심이 높고 수사 장기화로 피해자의 고통이 커진 것으로 예견할 수 있어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받아들였다.
이날 선고가 진행되는 동안 오 전 시장은 재판 내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재판부가 법정구속에 앞서 오 전 시장에게 발언 기회를 줬으나, 오 전 시장은 “할 말이 없다”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선고가 끝나자마자 오 전 시장은 곧바로 부산구치소로 수감됐다. 이에 따라 오 전 시장은 50여년에 가까운 공직생활을 불명예스럽게 마감한 데 이어, 2004년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 수감된 안상영 전 시장에 이어 부산시장으로서는 두 번째로 구속 수감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날 선고공판은 오 전 시장이 지난해 4월 부하 여직원을 강제추행한 사실을 인정하며 스스로 시장직에서 물러난 지 1년 2개월여 만에 처음 나오는 선고여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검찰은 지난 21일 열린 2차 결심공판에서 오 전 시장에 대해 강제추행과 강제추행미수, 강제추행치상, 무고 등 총 4개의 혐의를 적용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또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신상정보 등록 및 공개, 5년간 아동·청소년시설과 장애인복지시설에 대한 취업제한 등을 요청했다.
검찰은 “오 전 시장이 부하직원에게 시장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한 권력형 성범죄를 저질렀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오 전 시장 측은 수사단계부터 강제추행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강제추행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줄곧 부인해왔다. 치매 증상으로 병원 치료와 함께 약을 먹고 있으며, 우발적으로 저지른 ‘기습추행’이라고 주장하며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여 재판부의 판단에 이목이 쏠렸었다.
이날 오 전 시장에 대한 선고가 나오자 여성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죄질보다 형량이 적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거돈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오늘 선고는 ‘피해자는 일상으로 가해자는 감옥으로’를 외쳤던 우리 모두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 전 시장에 대한 법정구속과 판사의 진정성에 마음이 조금 풀렸다”면서도 “7년 이상의 실형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아쉽다”고 항소 의사를 밝혔다.
부산경남미래정책은 “법정구속은 환영하지만 징역 3년에 불과해 부산시민이 납득할 만한 판결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징역 7년을 구형했고 재판부도 오 전 시장의 죄목을 모두 인정했음에도 징역 3년을 선고한 것은 여전히 위계를 가진 가해자에게 마음씨 넓은 재판부”라고 꼬집었다.
한편 1947년 부산에서 태어난 오 전 시장은 경남고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1973년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했다.
부산시 행정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오 전 시장은 내무부 예산담당관실을 거쳐 청와대 비서실 행정관을 지냈다.
이어 부산시 재무국장·동구청장·교통관광국장·내무국장·기획관리실장·정무부시장과 행정부시장 등 핵심요직을 두루 역임하고, 제13대 해양수산부 장관과 한국해양대 및 동명대 총장을 역임했다.
2018년 6월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당시 자유한국당 서병수 후보를 누르고 제37대 부산광역시장으로 당선돼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을 기치로 내걸며 부산시정을 운영했으나, 부하직원 강제추행으로 영어의 몸이 됐다.
부산=오성택 기자 fivesta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