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6·25 참전은 중화민족 부흥 이정표”… 韓·中관계 ‘먹구름’

6·25 가리켜 中 “우리 전사들이 나라·가정 지켜”
한·중관계 경색, 한·미동맹 강화 등 불가피할 듯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28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공연 ‘위대한 여정’ 관람을 시작하기 전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베이징=EPA신화연합뉴스

오는 7월 1일 창당 100주년을 앞둔 중국 공산당이 6·25전쟁(1950∼1953) 참전을 지난 100년 역사의 주요 장면으로 꼽아 한국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20세기 한국사의 최대 비극으로 불리는 6·25전쟁의 책임 문제는 한국이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사안이란 점에서 한·중 관계가 한동안 냉각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시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해 중공군과 싸우며 많은 피를 흘린 미국 역시 6·25전쟁 책임 문제는 양보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중국의 이같은 태도는 장기적으로 한·중관계 경색과 한·미동맹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6·25 가리켜 中 “우리 전사들이 나라·가정 지켜”

 

29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전날 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사용한 냐오차에서 당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조명하는 공연 ‘위대한 여정’을 선보였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 등 최고 지도부를 포함해 공산당원 2만여명이 참석했다.

 

눈길을 끄는 건 이 공연이 이른바 ‘항미원조 전쟁’을 중국 공산당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장면으로 묘사했다는 점이다. 중국이 미국에 맞서 조선(북한)을 도왔다는 뜻이 담긴 항미원조 전쟁은 6·25전쟁을 부르는 중국식 표현이다. 신화통신은 공연을 보도하며 6·25전쟁을 묘사한 대목에 관해 “고막이 터질 듯한 포성 속에서 합창과 춤을 통해 항미원조의 격전 장면을 표현했다”며 “우리 전사들이 나라와 가정을 지키던 뜨거운 열정을 노래했다”고 극찬했다.

 

이뿐 아니다. 중국 공산당 역사문헌연구원은 1921년 공산당 창당 후 최근까지 주요 사건을 시기별로 서술한 ‘중국공산당 100대 사건 기록’에 6·25전쟁 참전을 포함시켰다. 기록은 중국의 참전 경위와 관련해 “1950년 10월 초 중국 공산당 중앙은 조선(북한)의 요청에 따라 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돕고 가정과 나라를 지키기로 하고 항미원조 전쟁에 참전했다”고 기술했다. 그러면서 이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으로 가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미화했다. 당시 중공군은 미군 등 유엔군의 우월한 화력에 밀려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나, 사람의 목숨을 경시하는 비정한 인해전술로 유엔군을 밀어붙여 전선이 옛 38선 부근에 고착화하게 만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6·25전쟁 참전용사 랠프 퍼켓과 포옹하는 모습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중관계 경색, 한·미동맹 강화 등 불가피할 듯

 

한국은 6·25전쟁을 1950년 6월 25일 북한이 자행한 불법 남침으로 규정하며 북한을 돕기 위해 1950년 10∼11월 압록강을 건넌 중공군 역시 ‘침략자’로 보는 입장이다. 이는 진보 성향의 문재인정부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6·25전쟁 70주기이던 지난해 10월 시진핑 주석이 한 연설에서 6·25전쟁을 “미국 제국주의 침략”이라고 부르자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은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됐다는 사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서도 명시됐다”며 “이미 국제적으로 종결된 논쟁”이라고 일축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 역시 6·25전쟁을 “북한이 스탈린과 마오쩌둥의 사주를 받아 남한을 침공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중국의 마오쩌둥이 북한의 김일성을 ‘사주’해 6·25전쟁이 일어난 것임을 강조함으로써 중국도 침략자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는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시 주석의 연설 직후 모건 오테이거스 당시 국무부 대변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중국 공산당에서는 70년 전 6·25전쟁이 단순히 ‘발발’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1950년 6월 25일 마오쩌둥의 지지를 받은 북한의 남침”이라며 “자유 국가들이 맞서 싸우자 중국 공산당은 압록강을 건너 수십만의 병사들을 보내 한반도에 참화를 불러왔다”고 반박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6·25전쟁 참전용사 명예훈장 수여식에서 수훈자 랠프 퍼켓을 가운데에 두고 나란히 무릎을 꿇은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 측은 백악관에서 6·25전쟁 참전용사에 대한 명예훈장 수여식을 열고 이 자리에 문 대통령을 초청했다. 훈장을 받은 90대 노병은 6·25전쟁 당시 중공군과 맞서 영웅적으로 싸운 인물이었다. 이를 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문 대통령한테 ‘한·미 양국 공동의 적은 다름아닌 중국’이란 점을 일깨우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