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이 지난주 부장검사 회의를 열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로 ‘만장일치’ 기소 의견을 냈다고 한다. 백 전 장관과 정 전 사장에겐 업무상 배임 혐의도 적용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노정환 대전지검장이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보고한 후 돌아온 건 ‘직권남용 혐의만 기소하고 배임죄는 수사심의위원회를 통해 다시 검토하라’는 것이었다. 경력 20년이 넘는 부장검사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반인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 판단을 받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수사심의위로 떠넘겨 정권 부담을 덜어주려는 꼼수이자 노골적인 법치 파괴 행위다. 채 전 비서관도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지만 검찰시민위원회가 “검찰 수사가 적정하다”며 기각한 바 있다.
대전지검이 부장검사 회의를 연 건 그만큼 사안이 중하기 때문이다. 앞서 대전지검 형사5부는 백 전 장관 등이 월성원전 조기 폐쇄를 위해 한수원의 경제성 평가 조작 행위에 관여했다고 보고 여러 차례 기소를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 검찰 수뇌부가 정권 방패막이를 자처한 건 이뿐만이 아니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금 의혹을 맡은 수원지검 수사팀이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한 기소방침을 수차례 대검에 보고했지만 묵묵부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