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장모 의혹에 “법적용 예외 없어”… 朴 수감엔 “안타깝다”

대선 출마선언 후 취재진과 일문일답
‘전언정치’ 의식, 시종일관 적극 답변
“공직자, 국민 앞 무제한 검증 받아야
X파일은 아무 근거 없는 ‘마타도어’”
‘檢총장의 대권 도전’ 중립성 지적엔
“국민, 법치·상식 다시 세우라 요구”
외교·경제·檢개혁 등 관련 견해 밝혀
질문 세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 뒤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29일 대권 도전을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그간의 ‘전언정치’를 향한 비판을 의식한 듯 취재진의 질문 세례에 시종일관 적극적으로 답변에 나섰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된 ‘윤석열 X파일’을 두고는 “출처불명의 아무 근거 없는 마타도어(흑색선전)”라는 입장을 되풀이했고, 재판이 진행 중인 장모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법 집행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또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문제나 한일 관계, 경제정책 방향, 검찰개혁 등 다양한 분야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쏟아진 질문에 예정된 질의응답 시간을 넘겼으나 윤 전 총장이 직접 ‘더 하자’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다음은 윤 전 총장과 취재진의 일문일답.

 

◆대선 출마 관련

 

―총장직 사퇴하고 몇 개월만의 대권 행보 공식화인데. 검찰에 있을 때 수사했던 사건들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제가 2019년 가을부터 검찰총장으로서 수사한 내용들은 그것이 법과 원칙에 따라 이뤄진 것을 여러분이 다 보시지 않았을까 싶다. 혹자는 정치하기 위해 일부러 그런 수사를 한 게 아니냐고 얘기하지만 모든 사건들이 다수의 국민과 단체들이 국가기관에 고발한 사건을 절차와 원칙에 따라 한 것 외에는 없다. 저도 검찰이 과거처럼 어떤 단체나 사람에 대해 장기간 내사해 인지수사하는 것을 자제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총장 시절 가급적 억제해왔고, 여러분이 아는 대부분 사건을 그렇게 처리하지 않았으면 국민이 기대하는 검찰 기능을 충족하지 못했을 것이다. 원칙과 상식에 따라 일했다고 자부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마친 뒤 취재진들의 질의응답에 앞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적합도) 1위인데, 추세상 (지지율이) 떨어지는 통계도 있다. 지지세가 유지되지 않아도 정권교체에 이바지할 생각인지, 아니면 야인으로 남을 것인지.

 

“저 아니면 (정권교체가) 안 된다는 생각은 절대 아니다. 국민들께서 제게 기대하는 게 있다면 제가 오랜 세월 법과 원칙, 상식과 공정을 구현하기 위해 온몸으로 싸우는 것을 보셨기 때문에 그동안 싸워왔던 것처럼 정권교체에 나서고 무너진 법치와 상식을 세우라고 (요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지세 유지 문제는, 국민의 기대를 외면하지 않고 당당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고 이 자리에 선 이상 그런 것과 관계 없이 나라의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동안 검찰총장 출신들이 정치하지 않았던 것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가까운 일본에선 사법·검찰공무원들이 선출직에 출마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의미 있다고 생각하지만 절대적 원칙은 아니라고 본다. 저는 국민들의 상식을 되찾으라는 열망을 외면할 수 없고, 혼신을 다해 이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법·검찰공무원이 선출직에 나서는 것은 일반적으로 관행상 하지 않아 왔지만 특별한 경우에는, 결국은 국민이 판단할 문제 아닌가 생각한다.”

 

◆본인·가족 의혹 관련

 

―(출마 선언) 준비 과정에서 ‘장모가 10원 한 장 피해준 적 없다’는 발언이 기사화됐는데. 어떻게 나온 건지 궁금하고, (장모 등의)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전직 검찰총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지적이 있는데.

 

“저는 그런 표현을 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나왔는지 잘 모르겠다.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에나 그 이후에나 법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신념으로 일해왔다. 제 친인척을 비롯, 어떤 지위나 위치에 있던지 간에 수사와 재판, 법 적용에 있어 예외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저도 검찰총장 시절에 강조했지만 법 집행이라는 것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공정한 절차에 따라 법 집행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고 말씀드린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X파일 관련해 정치권 공세에 대응 안 하겠다고 했는데, 정면돌파를 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 문건을 보지 못 했지만 국민 앞에 공직자, 특히 선출직 공직자로 나서는 사람은 그 능력과 도덕성에 대해 무제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런 검증은 합당한 근거와 팩트에 기초해서 이뤄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것이 출처불명의 아무 근거 없는 일방적인 마타도어를 시중에 유포한다던가 하면 이건 국민께서 판단할 것으로 생각한다. 저는 저의 국정수행 능력이나 저의 도덕성과 관련해 합당한 근거를 가지고 지적하면 국민이 궁금해하지 않게 상세하게 설명할 생각이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TK(대구·경북)에서도 윤 전 총장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 그 이유를 평가해 달라.

 

“대구·경북지역 주민들께서 저를 많이 성원해주시는 것은 이분들이 지역 연고 정치인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보다도 지금 법치와 상식이 무너져내렸으니 이걸 좀 바로 세워달라, 그런 취지가 아니신가 (생각한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에 대한 입장은.

 

“사면 문제는 법을 적용하는 문제가 아니고 정치적으로 결단해야 하는 문제다. 먼저 이재용씨 사면 문제는 지금 사면이 아니고 형기의 상당 부분이 경과했기 때문에 가석방 문제가 논의되는 걸로 아는데,  그건 절차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 두 분 전직 대통령의 사면 문제는 제가 명확하게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사안은 아니고 현직 대통령이 판단해야 할 문제다. 그러나 연세도 있고 여성인 전직 대통령(박 전 대통령) 장기구금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국민이 많이 있고, 저 역시도 그런 생각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지자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안보 관련

 

―오늘이 연평해전 19주기인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민족 지도자로서 파트너라고 생각하는지, 자유를 억압·탄압하는 독재자라고 생각하는지.

 

“어느 한 국가 지도자에 대해 막연한 환상이나 부정적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 국가적 행위를 보고 판단해야 할 문제다. 저도 검찰총장 국회 인사청문회 때 북한이 주적이라고 했는데, 주적이 있어야 제대로 국방계획을 세우지 않나. 그러나 군사적으로 주적이라고 해서 한반도의 지속적 평화를 구축하는데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일 관계가 사상 최악으로 나빠졌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어떻게 할 건지.

 

“지금의 한일 관계는 국민 여러분께서 다 아시겠지만 수교 이후 가장 관계가 열악해지고 회복 불가능할 정도까지 관계가 망가졌다. 외교는 실용주의·현실주의에 입각해야 하는데 이념편향적 ‘죽창가’를 부르다가 여기까지 왔다. 이 정부가 정권 말기에 어떻게든 수습하려 하는데 이제는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저는 한일 관계에서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후대가 역사를 정확히 기억하기 위해 진상을 명확히 해야하는 문제가 있지만 우리 미래의 세대를 위해서는 필요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이 정부 들어 망가진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 이런 것들과 한일 간 안보협력, 무역 문제, 이런 사안들을 전부 한 테이블에 올려놓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고, 한미 관계처럼 한일도 국방·외무·경제 ‘2+2’나 ‘3+3’의 정기적인 정부 당국자 간 소통이 향후 관계 회복에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마친 뒤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경제정책 관련

 

―현 정부의 가장 큰 문제가 미친 듯이 오르는 집값 문제 등 주택정책인데. 또, 정부·여당이 최근 종합부동산세를 상위 2%에만 부과하는 등 세금 완화정책을 썼다. 이에 대한 입장은?

 

“집이라는 건 의식주 중에서도 사회생활과 가족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다. 가격을 안정시키고 떨어뜨리는 건 어려운 문제인데,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서서히 떨어져야 금융이라던가 사회에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종부세를 상위 1%로 상향시키고 안 시키고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종부세 부과 문제보다는 주택을 용이하게 취득하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제정책과 관련, 복지와 성장 중 어느 것에 방점을 찍고 있고 구체적인 경제정책 캐치프레이즈는 무엇인지.

 

“저는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찍고 싶다. 성장도 어느 한때는 폭발적 성장이 아니고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지하려면 성장만 가지고는 안된다. 그 과정에서 낙오되거나 다른 이유로 인해 취약한 입장에 있는 분들을 챙겨야 한다. 열악한 이들의 문제를 국가가 대신 해결해줌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복지와 성장은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묶을 수 있다고 본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마친 뒤 취재진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검찰개혁 관련

 

―문재인정부가 내세운 것 중 하나가 검찰개혁인데. 검찰개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혹시 반감을 갖고 있지는 않았는지.

 

“저는 검찰개혁에 반대한 적이 없다. 국회에서 검찰개혁법안이 상정될 때도 검찰 구성원으로서 당시 그 법안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저는 불가피한 것으로 봤다. 검찰개혁이라는 것이 구체적인 법안으로 제도화되는 것이지만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총장으로 있을 때도 검찰 구성원들에게 ‘국민에게 공정한 검찰’을 늘 강조했다. 국민의 검찰이라는 것은 검찰 구성원들이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철저하게 수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을 상대로 법을 집행할 때 공정한 기회를 주면서 수사와 재판에서 페어플레이를 하는 것, 이 두 가지가 검찰개혁의 비전과 철학이라고 본다. 이 정부가 검찰개혁 법안 만들 때도 이런 철학을 호소하면서 통과시킨 것 아닌가. 사회적·경제적·정치적 강자를 방탄으로 만들기 위한 개혁을 하면 안 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저서 ‘조국의 시간’에 윤 전 총장이 사모펀드를 이유로 ‘조국 불가론’을 설파했다고 썼다.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청와대 핵심관계자를 통해 문 대통령에게 ‘조국만 도려내겠다’고 보고했다고 했는데, 이런 사실이 있는지.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기 전 사모펀드나 입시 비리 의혹이 수사 혐의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나.

 

“그런 사실 없다. 수사에 착수하기 전에 청와대 관계자에게 ‘누구만 도려내겠다’ 하거나 사모펀드 운운한 적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수사 착수가 압수수색으로 시작하는데 ,압수수색하기 전에 예고 시그널을 준다는 것은 수사 상식에 반하는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와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기타 질문들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기본소득을 화두로 공정을 내세우고 있는데, 윤 전 총장은 어떤 화두로 공정을 제시하는 건지.

 

“공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특정 분야나 시장에서 공정한 룰에 따라 경쟁하고, 그에 따라 보상이 주어지는 그런 공정이 있고. 국민 전체, 국민 한 분 한 분에 대한 기회의 공정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청년세대가 취업이나 입시에 있어 불공정을 느끼기 때문에 특정 분야에서의 공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거 같다. 그러나 국가나 정부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국민 생애주기에 맞춰 기회의 균등, 기회의 보장이 큰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마친 뒤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지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제가 다른 대권주자에 대한 평가를 하는 건 적절하지 않는것 같지만, 물어보시니까 답변드리겠다. 글쎄 뭐 여러 가지 정책도 있고 하지만 이 지사와는 과거 제가 20여년 전에 성남지청에 근무할 때 자주 뵀다. (당시 변호사였던 이 지사가) 열심히 하고, 변론도 잘 했던 걸로 기억한다. 개별 정책은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는 것보다는 앞으로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겠나 보고 있다.”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비교 대상이 되는데,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제가 최 전 원장을 개인적으로는 모르지만 제가 검찰총장에 취임했을 때 예방을 가서 뵌 게 다인데, 굉장히 자상하게 손수 커피를 갈아서 타주던 기억이 남아 있다. 온화하고, 법관으로서 기품이 있다는 인상을 받았고, 감사원장 하는 과정을 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지켜보면서 인격적으로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저는 거기에 미치지 못 한다는 말씀만 드리겠다.”

소신 밝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 언을 마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야권 통합을 위한 구체적 구상이 있다면.

 

“제가 오늘 첫발을 내딛고 시작하니까 많은 분들을 만나서, 특히 정치사회 원로분들을 만나서 그분들께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인지 듣고 배울겠다. 국민들께 혼선을 주거나 절대 불안감을 갖게 하진 않을테니 즉답을 못 한 것 같지만 이 정도로 이해해 달라.”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