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경찰과 서울시의 불허 방침에도 이달 3일 서울 도심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강행하기로 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1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통받는 노동자와 민중을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3일 전국노동자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토요일인 3일 서울 여의도에서 중대 재해 근절 대책과 최저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1만명 규모의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경찰과 서울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집회 금지 통보를 했다.
양 위원장은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대규모 집회를 진행하는 데 대한 국민 여러분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그래서 민주노총은 거리두기와 집회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충분한 공간을 요구했지만, 경찰과 당국은 노동자의 목소리를 차단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노총의 지난해 광복절 집회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1명 나왔으나 추가 확진자는 없었다며 “철저한 방역 속에서 집회를 진행할 의지도, 능력도 있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3일 전 윤석열 대선 출마 선언에 500여명이 운집했다. 그것은 방역과 무관하냐”며 “왜 노동자들의 집회는 9명으로 제한되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스포츠와 공연 관람 등에 적용해온 방역 수칙은 완화하면서 노동자 집회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앞서 지난달 29일 서울시의 집회 제한 고시와 감염병예방법이 헌법상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부겸 국무총리가 민주노총에 주말 대규모 집회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임시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민주노총은 이번주 토요일(3일), 대규모의 전국노동자대회를 계획하고 있다”며 “경찰청과 서울시가 집회 금지통보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의도 등 서울도심에서 8000명 이상이 집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 수도권은 오늘부터 적용하기로한 거리두기 개편을 일주일간 연기하는 등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방역수칙 준수가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이때, 전국적 확산의 단초가 될 수 있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다면, 우리가 그간 지켜온 방역의 노력을 한순간에 수포로 돌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다수의 국민을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불법집회에 엄정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코로나19 확산의 기로에 서 있는 중차대한 시기임을 고려해, 민주노총은 부디 대규모 집회를 자제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한편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하면서 1일 신규 확진자 수는 700명대 중반을 기록했다. 전날보다 30여명 줄었으나 이틀 연속 700명대로 집계됐다. 하루 확진자 수는 그동안 검사건수 증감에 따라 300∼600명대를 오르내리는 정체국면을 유지해 왔으나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속출하면서 지난주부터 환자증가세가 가팔라지는 양상이다.
이날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6월 30일) 하루 시내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34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최다치를 기록한 하루 전날(6월 29일) 375명보다는 41명 적지만, 올해 수요일 기록으로는 가장 많은 수치다. 서울의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해 말 급증했다가 올해 봄부터는 100∼200명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주부터 급상승해 최근 1주일간(6월 24∼30일) 269→263→242→185→205→375→334명을 기록했다. 최근 7일 중 5일간 기록이 올해 요일별 최대치였다.
특히 전날에는 200명 넘게 나온 수도권의 집단감염 사례에서 감염력이 더 센 것으로 알려진 인도 유래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확인된 데다 해외유입 사례까지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유행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