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쿠팡의 사회적 책임

“오늘 나는 쿠팡, 쿠팡이츠 앱을 지웠다.”

지난달 17일 경기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이후 트위터에는 화재를 진압하다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김동식 소방대장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이런 유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쿠팡은 지난 2월 해당 물류센터의 소방시설 점검에서 277건이나 지적을 받았고 결국 이번 화재로 이어졌다. 앞서 연이은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과 코로나19 집단 감염 등으로 인해 쿠팡에 대해 악화된 인식이 쌓인 상태였다.

백소용 경제부 차장

공교롭게도 화재가 난 17일 오전 쿠팡은 김범석 창업자의 의장과 등기이사직 사임에 관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가 국내의 모든 자리에 물러나면서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쿠팡은 김 창업자가 보도자료 배포일 기준 17일 전에 사임했으며 물류센터 화재는 관계없다고 밝혔지만 꼭 이날 발표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뒷말이 나온다. 화재에 대한 쿠팡의 공식 입장과 사과는 다음 날에서야 나왔기 때문이다.



불똥은 쿠팡의 자회사인 쿠팡이츠에도 튀었다. 지난 5월 서울 동작구의 한 김밥가게 50대 점주가 새우튀김 1개를 환불해달라는 고객에게 시달리다 뇌출혈로 쓰러진 뒤 결국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는 쿠팡이츠 고객센터에 해당 고객에게 명확한 환불정책을 고지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쿠팡이츠 측은 “점주분이 알아서 잘 해결하라”고 응대할 뿐이었다. 결국 지난달 22일 장기환 쿠팡이츠 대표가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리뷰와 별점, 쿠팡이츠 시스템을 고치지 않는다면 비슷한 사례는 또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쿠팡에 대한 불매운동은 계속되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6월 넷째주(21~27일) 쿠팡 앱의 주간 총 사용시간은 1194만7970시간으로,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총 사용시간이 1200만 밑으로 내려간 건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 쿠팡 앱의 주간 사용자수는 지난 4개월 중 최저치인 1772만4543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쿠팡이츠의 총 사용시간도 56만2241시간으로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화재 전(7~13일)과 비교하면 무려 14% 감소한 수치다.

이러한 불매운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소비자들이 구매 기업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잇단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뒤 최근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결국 사모펀드(PEF)에 매각된 남양유업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비난이 쏟아질 때마다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기보다는 일단 위기를 모면하려는 임기응변에 가까운 듯한 태도가 사태를 악화시킨 것이다.

지난 1년간 쿠팡 물류센터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모두 9명으로 알려졌지만 이와 관련된 김 창업자의 언급은 없었다. 한국의 공식 직함에서 물러나며 앞으로 더욱 개입하지 않으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 창업자는 현재 쿠팡의 시스템을 만들었으며, 한국 쿠팡 지분 100%를 보유한 미국 상장법인 쿠팡Inc의 지분과 의결권을 통해 사실상 쿠팡을 지배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생각하는 것을 꿈꾸는 만큼 그 꿈의 무게에 맞는 사회적 책임을 생각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