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해외구매 등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는 중국산 모기기피제 중 정부의 유통 승인을 받지 않은 데다 독성이 매우 강해 인체에 해로울 것으로 추정되는 제품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습기 살균제’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국민의힘 박대수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모기 방지망’ 또는 ‘모기퇴치기’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중국산 제품은 국내 보건용 모기 기피제로 승인받지 않은 제품이다. 환경부 승인을 받지 않아 국내 유통사를 통한 유통은 차단돼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구매대행자를 통해 살 경우 막을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
이들 미승인 제품은 모기가 기피하도록 농약을 쓴다고만 표시돼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농약 성분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해당 제품을 실험해 본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어떤 성분인지 모르지만 모기가 제품근처에 안 오는 정도가 아니라 바닥에 뚝뚝 떨어져 죽을 듯했다”고 전했다. 양 교수는 “(제품 성분이) 굉장한 살충물질로 추측된다”며 “어린이일수록 중독증상이 빨리 나타나 흡입하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습기살균제 사건’처럼 큰 피해가 생기기 전에 정부가 유해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제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농약은 모기 기피물질로 종종 쓰인다. 다만 농약 성분이 다양해 성분마다 독성이 상이해 국내 유통을 위해 환경부의 승인을 받으려면 독성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면 국립환경과학원 등이 제품 유해성과 효과·효능을 판단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해외 직접구입은 예외다. 국립환경과학원 한 연구관은 “해외직구는 정부가 관여할 수 없어 관리망을 벗어난 상태”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구매대행자의 책임을 강화하도록 화학제품안전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할 때 환경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 인증을 받은 제품인지 꼭 확인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대수 의원은 “해외직구를 통해 안전기준 확인 없이 유통되고 있는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품으로 인해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하루 빨리 해외직구 물품 또한 안전검사 및 확인 규율대상에 포함하여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