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AI, KF-21 출고식 직전에도 해킹 당한 의혹

北 소행으로 3·5월 두 차례 추정
靑 주관으로 文대통령까지 참석
의혹 사실땐 경호에도 큰 허점

항공기 EW자료 유출 땐 치명적
방사청 “피해 규모 등 조사 중”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 1호기. 뉴스1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해킹이 지난 3월과 5월 두차례 걸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를 통해 3월 해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지난 4월 9일 청와대 주관으로 경남 사천 KAI 생산공장에서 열렸던 KF-21 보라매 전투기 시제 1호기 출고식 행사 내용도 사전 유출됐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출고식 행사에 참석, “우리가 독자 개발한 KF-21 시제기가 드디어 늠름한 위용을 드러냈다”며 “우리 손으로 만든 첨단 초음속 전투기로, 세계 8번째 쾌거”라고 밝혔다.

 

정부 소식통은 1일 “KAI 해킹 소식이 알려진 뒤 청와대도 분주해진 것으로 안다”면서 “이번 해킹이 대통령 주관 KF-21 출고식 행사 직전에 이뤄졌다면 대통령 경호나 보안에 큰 허점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방위사업청은 KAI 해킹 시점이 언제인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해킹된 무기체계 자료 가운데 항공기 전자전(EW) 장비 관련 자료 유출이 가장 치명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전투기 설계도면 유출 등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설계도면을 가졌다고 해서 전투기를 만들거나 전투기의 문제점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면서 “해킹된 무기체계 가운데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항전장비 자료의 유출”이라고 말했다.

 

그는 “항공기 전자전 장비를 해킹당했다면 우리가 만든 항전장비가 모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를 재설계할 경우 소스코드를 새로 부여해야 해 막대한 비용 문제가 발생하는 등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해킹 사고 등과 관련해 정부에 국가 사이버 테러 비상사태 선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KF-21 보라매 전투기를 비롯해 무인기나 경공격기, 전자전, 레이더 관련 자료가 다수 유출된 정황이 확인되면서 외국 대형방산업체와의 분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마찰이 우려되는 해외업체로는 KAI와 FA-50, T-50 전투기를 공동개발한 미국 록히드마틴이 꼽힌다. 록히드는 FA-50과 T-50 전투기 개발 지분의 30%를 가지고 있다. 또 KF-21 보라매 전투기를 KAI와 함께 설계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날 북한이 KAI 외 다른 방산업체를 해킹한 정황이 있다며, 국가 사이버테러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전날 국회 현안보고에서 KAI 해킹 사건 관련해 다른 방산업체 해킹 사고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의에 방위사업청이 ‘확답하기 어렵다’고 답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KAI와 전산망이 연결된 미국 방산업체들도 그대로 위협에 노출됐다”며 “동맹국 간의 외교 문제로 번지기 전에 실태 파악과 대응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한·미 공동 사이버안보긴급회의를 조속히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킹 경로와 관련해서는 “가상사설망(VPN) 취약점을 통해 침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공격자는 내부 직원의 비밀번호를 알아내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날 방사청은 KAI의 실제 해킹 피해 수준에 대해 “현재 피해 규모나 공격지점 등에 대해서는 수사나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답변이 제한된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