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은 밥상 위에 오르는 해산물, 고기, 채소는 물론 마시는 물, 숨 쉬는 공기에까지 포함돼 사람의 몸속으로 침투한다. 대부분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남는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어떤 해를 끼치는지는 밝혀진 바가 없다.
확실한 점은 미세플라스틱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플라스틱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양의 미세플라스틱은 치약이나 화장품 스크럽 등에 함유된 것처럼 처음부터 작게 만들어진 것도 있지만, 대부분 플라스틱 쓰레기가 이동하면서 잘게 부서져 생겨난 것이다. 또 육상에서보다는 해상에서 기인한 경우가 더 많다. 이에 정부도 해상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다.
해양 플라스틱은 37개 유형으로 나뉘었다. 그중 스티로폼 부표가 31.7%로 가장 많았다. 14%는 발포형 파편이었고 경질형 파편이 9.2%, 밧줄이 9%, 음료수병·병뚜껑이 7.8%를 차지했다. 그물, 미끼, 통발, 플라스틱 부표 등도 적지 않았다. 대부분 해상에서 발생한 폐기물이다.
플라스틱은 서로 부딪치거나 작은 파편이 떨어져 나와 5㎜ 이하의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화학적으로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해수 속을 떠다니다 해양생물에 침투하고 결국 우리 밥상까지 위협한다.
큰 플라스틱 쓰레기는 눈에 잘 띄어 수거하기 쉽지만 미세플라스틱은 수거가 거의 불가능하다. 플라스틱이 미세플라스틱이 되기 전에 적극적으로 줄여야 하는 까닭이다.
◆“2050년 해양 플라스틱 발생 ‘제로’ 이룬다”
정부는 올해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을 6만7000t으로 예상했다. 이를 2030년까지 60% 감축한 2만7000t으로 줄이고 2050년엔 ‘제로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가장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 친환경 부표와 어구 보급이다. 애초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부표는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돕도록 항로를 표시하거나 암초 등 위험물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설치하는 부체다. 양식장에서도 구역 표시를 위해 사용한다. 어구는 그물, 밧줄 등 어업활동에 사용하는 각종 도구를 말한다.
작은 스티로폼 알갱이를 압축해 만든 스티로폼 부표는 잘게 부서져 미세플라스틱이 되기 쉽다. 해변을 찾으면 바다에서 밀려온 스티로폼 부표가 부서져 뒹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합성섬유로 만들어지는 그물, 밧줄 등도 마찬가지다. 어업활동 중 끊어지거나 유실된 그물은 보통 회수되지 못하고 그대로 바닷속에 가라앉는다.
조업활동 중 조금씩 떨어져 나간 어구 파편들도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해양을 오염시킨다. ‘우리나라 해양쓰레기 연간 유입량 추정’에 따르면 2019년 발생한 해양쓰레기의 48.3%가 폐·어망 어구에서 기인했다.
이 때문에 부표와 어구를 친환경 제품으로 대체하는 것은, 다양한 해양쓰레기 저감 대책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친환경 수산기자재는 미세플라스틱이 되지 않도록 강도를 높이면서 유실되거나 부서져도 자연에서 분해되도록 만들어진다.
2015년부터 용도에 따른 친환경 부표가 개발돼 보급되고 있지만 부력이 약하거나 완전히 분해되지 않는 등 완전한 단계가 아니어서 어민들은 여전히 기존 스티로폼 부표 사용을 선호한다.
해수부는 친환경 제품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내년부터 어구·부표 보증금 제도를 실시한다. 친환경 어구와 부표를 사용한 뒤 가져오면 보증금을 되돌려주는 제도다. 기존 스티로폼 어구는 64L 기준 한 개에 5000원꼴이지만 친환경 어구는 종류별로 2만원에서 최대 6만3000원까지 다양하다. 친환경 제품 가격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보증금을 높게 책정하면 회수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목적으로 일제 회수, 실명제, 전자어구관리시스템 등 도입도 검토 중이다. 유실 시 찾아주고 어민들의 어구 관리 책임을 높이기 위함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전체 해양쓰레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플라스틱을 줄이는 것이 해양 오염문제 해결의 핵심”이라며 “어구·부표 보증금제와 친환경 제품 보급 등을 통해 10년 내 해양 플라스틱 60% 저감 목표를 달성하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 “2066년 연안 10% 미세플라스틱 기준 넘겨”
해양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전 지구적 환경문제로 부상한 것은 2014년쯤이다. 생선살과 어패류 등에 눈에 보이지 않는 크기의 플라스틱 조각들이 박혀 있고 인간이 그를 섭취하고 있다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미세플라스틱이 해양생물에, 또 그것을 섭취하는 인간에 얼마나 해로운지는 제대로 몰랐다. 막연히 ‘좋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공포만 커졌다.
이에 2014년 유엔 환경총회는 각국에 미세플라스틱 오염과 위해성에 대한 연구개발을 추진할 것을 요청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국내 연안과 외해(外海)의 미세플라스틱 오염 수준을 연구하고 환경 위해성을 평가했다. 지난달 24일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내용이 그 결과다.
이 연구의 결론은 ‘현재 한국 바닷속 미세플라스틱 오염 농도는 안전한 수준이다. 다만,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현재 속도대로 높아진다면 2066년엔 국내 연안의 10%가 해양생물에 유해한 수준으로 오염될 전망’이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연구진은 실제 바닷물에 가장 많이 분포하는 미세플라스틱 입자 크기(20∼300㎛)와 형태를 고려하고 국내외 문헌에 기록된 미세플라스틱 독성자료를 기반으로 무영향예측농도(전체 생물종의 95%를 보호할 수 있는 값)를 12n/L로 도출했다. 1L의 해수에 미세플라스틱이 12개 이하이면 안전하다는 말이다. 한국 연안 96곳과 외해역 22곳의 바닷물을 채취해 측정한 결과 기준 농도를 넘는 곳은 없었다.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연구진이 제시한 오염도 측정기준은 과연 정확한가? 이에 대해서는 연구진도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다.
선행된 외국 연구도 실제 환경에서 거의 검출되지 않는 크기와 형태의 미세플라스틱 독성자료를 활용해 무영향예측농도를 도출하고 이를 현장 실측 자료와 비교해 정확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해양과학기술원은 이런 결점을 보완하고 기존 해외 연구사례에서 고려되지 않은 독성자료의 질적 수준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가장 유사한 방식을 채택한 벨기에 연구팀은 지난해 무영향예측농도 값을 평균 121n/L로 도출했다. 현재까지는 한국 연구팀이 가장 보수적인 기준을 제시한 셈이다.
미세플라스틱의 위해성에 대한 불안감에서 시작된 연구인 만큼 해수부는 “현재 우리 바다는 안전하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이대로 둘 경우 45년 내 유해성 농도를 넘는 바다가 1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은 현세대를 향한 마지막 경고로 볼 수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정부는 이번 연구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해양 플라스틱 저감을 위해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면서 “향후 국내 서식 해양생물을 대상으로 한 독성자료 등을 지속해서 보완해 연구 정확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