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은 거리두기 3단계 해당 민노총 1만명 집회 강행 예고 선제적 단계격상 등 대응 시급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어제 신규확진자가 826명에 달했다. 3차 대유행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던 1월7일 이후 176일 만에 가장 많다. 최근 1주간 일평균 확진자는 653명으로 전주 대비 34%나 늘었다. 수도권에서 대유행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역 확진자 765명 가운데 수도권이 619명으로 80.9%에 이른다. 사흘째 80%대를 유지하고 있다. 1주간 수도권 일평균 확진자는 509명으로, 새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500명 이상)에 해당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수도권 유행이 굉장히 위험하고 엄중한 상황”이라며 “현시점에서 유행을 차단하지 않으면 대규모 유행으로 전파될 수 있는 위험이 크다”고 했다. 방역단계가 대폭 완화된 비수도권은 방역 긴장감이 느슨해져 ‘방역 무풍지대’라는 말을 듣는다. 수도권인 인천보다 충남, 부산, 대전의 확진자가 더 많은 이유일 것이다.
해외유입 확진자와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도 급증하고 있다. 해외유입은 지난해 1월20일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 발생 이후 두 번째로 많은 61명에 달했다. 입국자 관리를 다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 마포구 음식점과 수도권 영어학원 등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델타 변이 감염자는 9명이지만 역학적 연관성을 고려하면 누적 확진자 242명 전체가 ‘잠재적’ 델타 변이 감염자로 볼 수 있다. 자칫 5차 대유행으로 이어질지 모를 총체적 난국에 처한 셈이다.
정부가 섣부른 거리두기 완화 신호를 낸 게 화근이다. 백신 접종이 더딘 상황에서 1차 접종자의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것 자체가 시기상조다. 여기에 정부가 2차 추경을 의결하면서 프로스포츠 관람과 철도·버스 이용 시 반값 쿠폰 발행을 약속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금 2차 접종 완료자가 인구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갈 길이 먼데 7월 ‘백신 가뭄’이 겹쳤다. 사회 활동이 왕성한 20∼30대에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접종은 8월 말에나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마당에 민노총이 오늘 서울에서 1만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연다고 한다. 스포츠 경기와 공연 관람은 허용하면서 시위를 막는 건 ‘집회의 자유 침해’라는 황당한 논리를 내세운다. 김부겸 총리는 어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위험천만한 행동”이라며 “집회를 강행한다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야말로 엄격하게 법을 집행해야 할 것이다.
거리두기 단계 강화는 신속하게, 완화는 신중해야 하는 게 방역의 기본이다. 기왕 수도권 거리두기 개편안 시행이 일주일 늦춰진 마당에 보다 치밀한 후속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정부가 혹여 ‘양치기 소년’이라는 비난을 듣더라도 거리두기 추가 유예나 단계 조정 등 고강도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 방역이 허물어지면 경제도 없다. 국민 개개인부터 기본 방역수칙을 지켜야 한다. 정 청장은 “현시점에서 유행 차단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 이 두 가지를 철저히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