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일 ‘미 점령군’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예비경선 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해 “셀프 역사 왜곡,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날을 세웠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광복회장의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라는 황당무계한 망언을 집권세력의 차기 유력 후보 이재명 지사도 이어받았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친일세력들과 미 점령군의 합작품으로 탄생했다’는 온 국민의 귀를 의심하게 하는 주장”이라며 “이에 대해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다는 게 더 큰 충격이다”라고 혀를 찼다.
앞서 지난 1일 고향인 경북 안동을 찾은 이 지사는 이육사문학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 정부 수립단계와는 좀 달라 친일 청산을 못 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美) 점령군과 합작해 사실 그 지배체제 그대로 유지하지 않았느냐”며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가 여야 대권 주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논란이 일자 이 지사 캠프 대변인단은 지난 3일 입장문을 내고 “해당 발언은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 전 해방공간에서 발생했던 일을 말한 것”이라며 “승전국인 미국은 일제를 무장해제하고 그 지배영역을 군사적으로 통제했으므로 ‘점령’이 맞는 표현이다. 이는 많은 역사학자들이 고증한 역사적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역사인식 부재’라고 마타도어를 하기 전에 본인들의 ‘역사지식 부재’부터 채우는 것은 어떨지 제안한다”고 받아친 뒤, “점령군 주한미군을 몰아낼 것이냐는 황당무계한 마타도어마저 나온다. 주한미군은 정통성 있는 합법 정부인 이승만 정부와 미국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둔하는 군대다. 일본의 항복에 의해 주둔한 미군정의 군대와는 명백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대변인단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친일잔재가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현실을 지적한 것에 의도적으로 왜곡된 해석을 하는 것”이라며 “마타도어성 공세를 하는 분이 속한 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과거 친일재산 환수법에 대해 전원 반대했던 사실이 있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는 속담이 떠오른다”고 비꼬기도 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4일 글에서 “그들은 대한민국이 수치스럽고 더러운 탄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며 “국정을 장악하고 역사를 왜곡하며 다음 정권까지 노리고 있는 당신들은 지금 무엇을 지향하고 누구를 대표하고 있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6.25 전쟁 당시 희생된 수 만 명의 미군과 UN군은 점령지를 지키기 위해 불의한 전쟁에 동원된 사람들이냐”며 “죽고 다친 수많은 국군장병과 일반국민들은 친일파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싸웠느냐”고 거듭 날을 세웠다.
나아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역사의 단편만을 부각해 맥락을 무시하는 세력은 국민들의 성취에 기생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며 “대한민국을 잘못된 이념을 추종하는 국가로 탈바꿈시키려 한다. 시장을 부정하는 주택정책과 소주성 정책 등 모두 잘못된 이념에 취해 나온 것들”이라고도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은 “이재명 지사 등의 언행은 우리 스스로의 미래를 갉아먹는 일”이라며 “상식을 파괴하는 세력이 더 이상 국민을 고통에 몰아넣지 못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