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원장까지 불똥 튄 수산업자 로비 의혹, 실체 밝혀라

116억원대 오징어 투자 사기 혐의 및 검찰·경찰·언론계 인사들에 대한 금품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수산업자 김모씨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만나고 자택으로 선물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국정원장 부임 이후인 올해 2월 박 원장의 여의도 자택으로 대게와 독도새우 등 수산물을 보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선물을 배달하면서 현관 앞에서 휴대폰으로 사진까지 찍었다. 박 원장 측은 “친분이 있던 중진 정치인의 소개로 김씨를 만나 식사를 하고 선물을 받은 건 맞다”면서도 “그를 만난 시점은 국정원장 취임 이전이며 이후 만남이 이어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국내 정보기관 수장이 희대의 사기꾼과 부적절한 교류를 한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씨를 만난 시점이 국정원장에 취임한 지난해 7월 이전이라고 해도 면책이 되는 건 아니다. 올해 선물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금액에 따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에 저촉될 수 있다. 청탁금지법은 대가성이 없더라도 공직자가 1회 100만원(연 300만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하면 형사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씨가 박 원장에게 접근한 의도는 자명하다. 힘 있는 직위에 있는 이들과의 인맥을 과시하며 사기 행각의 보호막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경찰은 대가성이 없었는지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가려내야 한다. 만약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면 박 원장은 도덕적·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씨의 금품 로비는 전방위적으로 진행됐다. 박 원장은 물론이고 야당 정치인과 검찰·경찰·언론계 인사들이 망라돼 있다. 부장검사와 포항 남부경찰서장, TV조선 앵커,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등 4명이 김씨의 금품을 받아 입건됐다. 로비에 고가 중고차와 골프채, 스위스 시계, 자녀 학원비부터 몽블랑 벨트까지 사용됐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사기범을 감시하고 처벌해야 할 인사들이 한통속이 된 꼴이다.

이것은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 경찰은 김씨로부터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인 박영수 변호사를 통해 부장검사를 알게 됐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진위를 조사 중이라고 한다. 수산업자 로비 의혹의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모르는 판국이다. 경찰은 김씨의 입만 바라보지 말고 광범위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지도층 인사들과의 유착 의혹 실체를 한 점 의혹 없이 규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