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사히의 탄식… “韓 수출규제는 어리석은 술책의 극치”

2주년 맞아 자성 목소리 주목

강제동원 배상판결에 보복 조치
총리관저 지시로 규제 강화 지적
“정부 잘못 고치는데 서슴지 말라”

아베는 비판 여론에도 자화자찬
韓 “소부장 경쟁력 강화정책 지속”
게티이미지뱅크

일본 정부가 2년 전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 보복조치로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 조치를 실시한 것은 우책(愚策·어리석은 술책)의 극치였다고 아사히신문이 4일 비판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되레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됐다는 입장인 가운데 일본 정부를 향해 거듭 부당한 조치의 철회를 요구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수출규제 2주년을 맞아 서울특파원을 역임한 하코다 데쓰야(箱田哲也) 논설위원이 쓴 ‘우책의 극치’라는 제목의 기명칼럼 ‘사설여적(餘滴)’을 통해 일본 외무성이나 경제산업성의 신중론에도 총리관저 지시로 수출규제가 강행됐음을 지적하면서 “일본 정부가 2년 전 반도체 소재의 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한 것은 문제투성이 악수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해당 (일본) 기업 관계자들에게 이야기를 들으면 호조이었던 사업이 어둡게 바뀌어 2년간의 수고와 함께 향후를 알 수 없는 불안의 목소리가 나왔다”며 “‘세계적 반도체 부족 상황에서 정말 이래도 되느냐’는 간절한 목소리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 기업과 거래를 그만둔 한국 기업 담당자는 ‘한국 정부 지원책으로 국산화가 진행되어 실제 피해는 없다. 일본 친구들이 정말 불쌍하다’고 동정하면서 (수출규제 조치로) 아파하고 있는 기색이 아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다 끝난 과거사 문제로 일본 기업에 손해를 입힐 수 없다는 것이 일본 정부 입장이었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재판에서 확정된 배상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액의 손실을 전혀 무관한 기업이 봐도 좋을 이유가 없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신문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허물을 고치는데 서슴지 말라”고 조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소재·부품·장비산업 성과 간담회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일본 내 비판여론에도 이 사태의 장본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수출규제 조치를 자화자찬했다. 아베 전 총리는 최근 발매된 극우 월간지 하나다(Hanada) 8월호에 게재된 대담에서 수출규제와 관련해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일본이 반도체 기판에 칠하는 감광제인 리지스트에 대해 한국 수출규제를 실시해서 삼성이 사실상 사업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우리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출규제 조치 시행 2년 만에 100대 핵심품목에 대한 대일 의존도 감소세가 3배 가속화하고, 한국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매출이 20.1% 증가했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도쿄=AFP연합뉴스

특히 일본 3대 수출규제 품목 중 하나인 불화수소의 대일 수입액은 83.6% 감소했고, 불화폴리이미디는 대체소재 채택으로 대일 수입이 줄었다. 산업부는 “글로벌 소부장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경쟁력 강화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에서 일본 정부를 겨냥해 “그간의 부당한 조치를 철회하고 현안 해결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을 보이길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