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DT매장 ‘우후죽순’…차량 뒤엉켜 ‘아수라장’ [밀착취재]

스타벅스 DT매장 일대는 ‘교통지옥’

전국에 298곳… 2020년에만 48곳 신규 오픈
대기차량, 횡단보도 점령… 행인 안전 위협
매장 이용자 17% 진입로에서 사고 경험
인천선 오토바이 운전자 사망 사고까지
관련 민원 폭증… ‘차량통행방해’ 절반 넘어

매장 오픈 때 도로점용허가만 받으면 ‘끝’
대부분 교통영향평가·부담금 기준 미달
신호기·반사경 등 안전시설 설치도 미흡
대구 매장 5곳 중 4곳은 주차관리원 없어
“매장 만들기전 교통영향 분석 의무화를”

각 지자체 해법 찾기 골머리
천안시, 중앙화단분리대 없애 차량 소통
서울시, 안전 확보 못하면 도로점용 취소
지난 2일 대전 유성구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도안점 매장으로 진입하려는 차량들이 4차로를 점유한 채 길게 늘어서 있다. 대전=강은선 기자

지난 2일 오후 1시 대전 유성구 도안동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Drive Thru·승차구매) 도안점. 도안드라이브스루매장으로 들어가려는 차량이 인도와 인접한 4차로를 점유한 채 200m가량 길게 이어졌다. 드라이브스루매장 대기 차량과 인근 주유소, 골목에서 나오는 차량들이 한데 뒤엉키면서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뒤 차들이 경적까지 울려대자 일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매장에 진입하기 위해 인도에 오른 차량들로 인해 보행자들은 차도로 내려와 차량을 피해 다녔다.

 

원형미(41·대전 유성구)씨는 “이쪽에 올 때마다 고질적인 교통체증을 빚고 있다”며 “카페 매장 대기 차량인 줄 모르고 진입했다가 방향을 튼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5일 오전 8시20분쯤 광주광역시 남구의 한 드라이브스루매장 인근 우회전 차로엔 10여대의 자동차가 줄지어 섰다. 출근시간마다 드라이브스루카페를 지나는 차량과 행인들은 출근전쟁을 치르고 있다. 카페로 들어가려는 차들이 3차로를 막고 있는 데다 횡단보도에 정차하면서 대기하자 행인들은 차량을 피해 곡예를 하듯 건널목을 건너갔다.

 

차량 운전자 심모(53)씨는 “카페에 진입하려는 차량들이 대기하면서 카페를 이용하지 않는 차량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용 편리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를 맞아 거리두기 영향으로 드라이브스루매장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교통 체증과 혼잡,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고질적인 문제가 점점 만성화하고 있다.

이날 스타벅스코리아에 따르면 2015년 59곳이었던 드라이브스루매장 수는 지난달 기준 298개로 급증했다. 2015년부터 매년 30여곳의 드라이브스루매장이 생겨났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한 2019년엔 57곳이 문을 열면서 전년 대비 36%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지난해엔 48곳이 새로 생겼다. 맥도날드도 250여개 드라이브스루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드라이브스루매장 관련 민원이 매년 급증하자, 정부는 매장 진입로 시설물 개선안 등을 마련해 권고하고 있지만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있다.

◆교통혼잡 증가했지만 안전은 허술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이용률만큼 교통체증은 늘었다. 반면 안전은 허술해 사고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 부천시 스타벅스 춘의역 드라이브스루점도 주말이면 고질적으로 늘어선 대기 차량이 30~40m 앞 횡단보도까지 이어지며 이곳을 건너는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체가 심할 땐 가게 관계자가 직접 인도로 나와 수신호로 안내하고 있지만, 꼬리를 문 차량 정체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더욱이 전방 30m 구간에 지하철7호선 춘의역 사거리까지 위치하고 있어 우회전하는 차량의 진입을 막아 상습적으로 교통정체를 유발하고 있다. 한 주민은 “이곳에 들어가고 나오는 차량들로 인해 사고라도 날까 매우 조심스럽다. 주민들의 안전이 우선될 수 있도록 관할 지자체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드라이브스루 안전실태조사연구’에 따르면 드라이브스루매장 이용자 500명 가운데 73%(365명)는 이용하는 주된 이유로 “주문 후 바로 수령이 가능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응답자 절반 이상은 차량과 보행자의 안전 문제로 불편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중 절반 이상(56.6%)이 “진출입 시 인도를 지날 때 보행자가 신경 쓰인다”(189명, 37.8%), “매장 주변에 차량이 많아 운전에 방해된다”(94명, 18.8%)고 답했다. 이 중 87명(17.4%)은 실제로 드라이브스루매장 진입로에서 사고를 경험했다고도 응답했다.

 

지난해 3월 인천시 부평구 한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매장에선 진입하던 차량이 뒤따르던 오토바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추돌해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관련 민원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한 ‘드라이브스루 관련 민원 분석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전국적 드라이브스루매장 관련 민원은 1405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5년 38건, 2016년 82건, 2017년 185건, 2018년 248건, 2019년 303건, 2020년 549건이다. 차량통행 방해(51.4%)가 가장 많은 민원이었으며 보행 불편(32.2%), 매장구조 및 안전시설물 문제(9.7%), 기타 불편사항(4.3%) 등이 뒤를 이었다.

 

◆교통영향평가 적용 안 받고, 교통유발부담금도 안 내

 

이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교통영향평가를 받거나 교통유발부담금을 내는 드라이브스루매장은 거의 없다. 드라이브스루매장은 이용자로 인해 교통 수요를 유발할 우려가 있어 미리 각종 교통상의 문제점을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해 설계해야 하지만, 현행법상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다.

 

현행법상 드라이브스루매장은 지자체에 도로점용허가만 받으면 된다. 주변의 교통요건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시설물인 만큼 인근 환경을 고려해야 하지만 교통영향평가 대상 기준인 연면적 1만5000㎡에 못 미쳐 교통영향평가에서 제외된다. 면적 1000㎡ 이상인 매장에 부과하는 교통유발부담금 조건에도 대부분 미달한다.

 

대전의 경우 12곳의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매장 중 교통유발부담금을 내는 곳은 단 2곳에 불과하다. 이들 매장은 연간 12만5000원을 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 드라이브스루매장 진출입로 교통신호기, 속도저감시설, 반사경 등 안전시설물 설치를 의무화됐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 매장을 찾기란 쉽지 않다.

 

대구 지역 드라이브스루카페 5곳을 확인한 결과 ‘차량진입억제 말뚝’을 설치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4곳엔 주차 관리원도 전무했다.

 

◆전문가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맞는 새 기준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드라이브스루매장이 급증하는 것과 관련,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근본적으로는 드라이브스루매장을 만들기 전에 드라이브스루매장으로 인해 주변 교차로나 주변 도로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는지를 분석해 우회도로 등을 만드는 설계가 돼야 한다”면서 “보차분리나 보도횡단으로 인해 나올 수 있는 문제는 앞으로 건물 지하주차장의 안전시설처럼 드라이브스루매장 진입구에 경고등을 마련하고 인도를 지나갈 때는 고원식 횡단보도처럼 감속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지역의 한 건축전문가는 “앞으로 드라이브스루매장이 더 증가할 텐데 현행 건축물법으로는 교통영향평가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현행 건축물 승인 시에는 근린생활시설 등 건물 용도만 알 수 있지만 앞으로는 입점 매장 등을 사전에 첨부해 건축물이 교통영향평가 대상에 들어가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보행자 통행 안전 및 원활한 교통흐름 지원을 위해 전국 드라이브스루매장에서 통행안전관리원을 운영 중”이라며 “모든 드라이브스루매장에 진입과 출차 시 시야 확보를 용이하게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천시, 업주와 협의해 인도에 대기차로 조성

 

코로나19로 드라이브스루 매장이 급증하자 각 지자체가 관련 민원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뾰족한 묘수는 보이지 않은 가운데 지자체에서는 제각각 대책을 마련하며 해결에 골몰하고 있다.

 

충북 제천시는 2018년 8월 중앙동 2가에 들어선 스타벅스 제천점 앞 도로가 드라이브스루 이용자 급증으로 정체현상을 빚으면서 민원이 속출하자 대안마련에 나섰다. 특히 편도 2차선 중 2차로를 대기 차량이 점령하면서 추돌사고 위험 민원도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제천시는 도로 옆 인도에 길이 20m, 폭 2m 대기차로 신설을 스타벅스와 건물주에게 요구했다. 도로 개설 비용을 부담하고 기존 인도 사용에 따른 도로 점용료를 납부하는 방식이다. 스타벅스 제천점은 이를 수용해 2000만원을 부담, 대기차로를 조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부 주민은 인도를 차로로 만드는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제천시의 한 주민은 “대기차로로 인도가 좁아지게 된다며 보행권 침해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충남 천안시도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 매장 민원이 빗발치자 최근 불당동 드라이브스루매장의 경우 천안서북경찰서에 중앙화단분리대를 철거해 차량 소통에 숨통을 틔우는 대책안을 제안한 상태다.

 

서울시는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드라이브스루 매장이 증가하자 보행권과 교통안전 확보를 위해 승차구매점교통안전관리조례를 제정했다. 차 통행으로 인해 교통·보행 환경을 안전하게 확보하지 못할 경우 이미 허가된 도로 점용권리를 취소·제한하거나 원상회복을 명할 수 있다.

 

용인시도 지난 4월 승차 구매점을 신축할 때는 반드시 교통성 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용인시 관계자는 “신규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건축할 때 교통분야 전문위원회 심의를 열어 대기 공간 확보 여부 등의 대책을 사전에 검토하는 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