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이모씨는 최근 달걀을 사러 마트에 갔다가 또 한 번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는 가격이 내려갔을까 했지만, 지난번 장 볼 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이씨는 8990원을 주고 계란 한 판을 구매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3000∼4000원가량 오른 셈이다. “정부가 수입량을 늘려 달걀값을 잡겠다”는 뉴스를 본 것 같은데 공허한 외침으로 들릴 뿐이다.
달걀뿐만 아니다. 파, 마늘, 고춧가루 등 서민들이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는 연일 폭등하고 있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고 말하지만, 그중에서도 농축수산물 물가는 정도가 지나친 수준이다.
품목별로 보면 파의 상승폭이 단연 컸다. 파는 올해 상반기 156.6% 급등해 1994년 이후 27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파 가격이 이처럼 급격히 상승하자 ‘파테크’(집에서 직접 파를 재배해 먹으면 돈을 아끼는 것) 열풍이 불기도 했다. 파 가격이 오른 것은 연초 한파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줄어든 데다 지난해 가격이 급락했던 기저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파 가격이 쌌던 만큼 올해 더욱 비싸게 느껴진다는 의미다.
다른 품목들도 상승폭이 크기는 마찬가지였다. 사과도 54.3%나 상승하며 1999년 이후 2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배(47%), 마늘(45.7%), 고춧가루(34.9%)도 큰 폭으로 올랐다.
최근 가격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달걀의 경우 38.9% 올라 2017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에만 2억개가 넘는 계란을 수입하며 가격 안정에 힘을 쏟고 있지만 아직은 뚜렷한 안정세가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봄 작형 출하로 6월 농산물 가격이 4개월 연속으로 전월 대비 하락하면서 상승세가 둔화했다”며 “농축수산물 가격은 3분기 계란 공급량 회복과 4분기 곡물·과실류 수확기 도래에 따른 공급 회복으로 점차 안정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국제 유가도 심상치 않다. 국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2년9개월 만에 ℓ당 1600원을 돌파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6월 5주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 9주 연속 상승해 전주보다 13.5원 오른 ℓ당 1600.9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8년 11월8일(ℓ당 1615원) 이후 최고치다. 서울 일부 주유소에서는 이미 2000원이 넘는 곳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고유가 악몽이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어 당분간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배럴당 70달러선을 넘은 유가가 연내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도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기름값 상승은 다른 물가 상승의 기폭제가 될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전기요금도 연료비 연동제가 실시돼 향후 전기요금 인상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올해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하면서 “연료비 상승추세가 지속할 경우 4분기에는 연료비 변동분이 조정단가에 반영되도록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