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우익 소란 속 소녀상 전시회 재개…‘부자유전’ 곳곳 암초 [특파원+]

日 우익세력 욱일기 앞세워 전시장 앞에서 항의 집회
우익 방해에 도쿄·오사카 ‘표현의 부자유전’ 물거품
혐한단체, 나고야 행사장 맞은편 전시설서 대응 전시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되는 ‘표현의 부(不)자유전·그 후’(이하 표현의 부자유전)가 6일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에서 일본 우익 세력의 항의 소란 속에서 개막했다. 

 

국제예술제 아이치트리엔날레 2019에서 전시가 중단됐던 표현의 부자유전 일부 작품 전시가 시민 갤러리 사카에(榮)에서 시작해 11일까지 계속된다. 전시장에는 김서경·김운성 부부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됐다. 일본에서 김 작가 부부의 소녀상이 전시된 것은 2019년 8∼10월 열린 아이치트리엔날레의 기획전  이후 처음이다. 안세홍 작가가 촬영한 위안부 피해자의 사진도 전시된다.

일본 우익 세력이 6일 아이치현 나고야시에서 개막한  ‘표현의 부(不)자유전·그 후’ 전시장 앞에서 항의집회를 하고 있다. 나고야=연합뉴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번 전시의 내용을 문제 삼아 시설 이용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항의가 전화나 이메일로 잇따르고 있어 경찰이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날 전시장 밖에는 ‘일본 헤이트(혐오) 용납할 수 없다’, ‘표현의 부자유전 강력반대’, ‘대일(對日) 모욕 중지하라’ 등의 현수막과 피켓을 든 우익 세력이 욱일기를 앞세워 항의집회를 개최했다.  

 

표현의 부자유전은 일본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히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6월25일∼7월4일 도쿄에서 개최하려던 전시회는 고음량 방송의 가두선전 등 우익 세력의 방해로 갤러리 2곳이 전시를 포기했다. 일본 시민단체 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표현의 부자유전 도쿄실행위원회는 당초 도쿄 신주쿠(新宿)구에 있는 전시시설인 세션하우스가든에서 전시회를 계획이었지만, 우익 세력의 집요한 방해 때문에 전시장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실행위가 비공개로 마련한 두 번째 전시장도 주변에 폐를 끼친다는 이유로 갑자기 입장을 바꾸는 바람에 장소를 못구해 결국 전시가 무기 연기된 상태다.

일본 혐한 단체 출신이 주축인 우익 정당 일본제일당이 2019년 주최한 ‘일본인을 위한 예술제 아이치 도리카에나하레 2019 표현의 자유전’에서 유관순 열사를 추(醜)하다고 표현한 전시물. 이 단체가 주축이 돼 표현의 부자유전이 열리는 전시장 맞은편 전시장에서 9∼11일 맞대응 전시가 개최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오는 16~18일 오사카(大阪) 전시 계획도 항의가 쇄도하자 행사장 측(엘 오사카)이 이용객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전시장 사용 승인을 취소해 무산됐다.

 

이날 나고야에서 표현의 부자유전이 시작된 전시실 같은층 맞은 편에서는 9∼11일 우익 세력이 맞대응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다. 주최 측에는 반한(反韓) 인종주의단체인 재특회(자이니치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 회장을 지낸 사쿠라이 마코토(櫻井誠)가 당수로 있는 일본제일당이 주축으로 참가하고 있다. 일본제일당은 2019년 나고야시의 현(縣) 시설인 윌아이치(Will Aichi)에서 ‘일본인을 위한 예술제 아이치 도리카에나하레 2019 표현의 자유전’이라는 행사를 개최해 ‘유관순(열사)는 추(醜)하다’, ‘범죄는 언제나 조센징(한인에 대한 멸칭)’이라고 표현한 전시물을 게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