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美·中 신냉전 속 한국의 생존전략

안보는 美·경제는 中… 이분법적 논리 안 먹혀
美·中, 선택 아닌 설득 대상으로 전환 시급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을 선언한 천안문 광장에서 열렸다. 1949년 10월 1일, 내전에서 승리한 마오쩌둥(毛澤東)은 ‘사회주의 신(新)중국’,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을 선언했다. 이후 ‘중국 특색론’을 내세운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정책으로 세계 2위 경제체로 성장한 중국은 국제적 지위와 영향력까지 확보하는 세계적 국가가 됐다. 특히 ‘중국몽’(中國夢·중국의 위대한 부흥)을 강조하는 시진핑(習近平) 체제는 정치적 민족주의와 공세적 외교주의, 그리고 확장적 군사주의를 기치로 대외 영향력 투사에 적극적이다.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지난 1일 열린 기념식 연설에서 중국공산당의 통치 정당성 강조와 함께 중국 건국 100년이 되는 2049년에는 세계를 리드하는 사회주의 강국이 될 것임을 선언했다. 그의 의지는 단합을 강조하는 ‘애국주의’가 21번, 중국식 발전 모델에 근거한 ‘중화의 부흥’을 43차례나 강조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더불어 중국이 괴롭힘을 받는 시대는 끝났다며 ‘누구든지 중국을 괴롭히면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것’이라는 과격 언사까지 동원해 실질적으로는 미국과 동조국을 겨냥해 강경 대항 의지를 밝히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이 돌아왔다’는 미국적 리더십의 복원을 통해 중국이 ‘국제 규칙’을 따르도록 하겠다는 동맹중심 다자주의 전략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데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미국은 잠정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서 중국을 모든 분야에서 미국에 도전하는 ‘유일 경쟁자’로 지목했고, 중국 제어를 미국 외교정책의 핵심으로 천명했다. 미 상원도 지난달 대중 경쟁력 제고를 위한 ‘미국 혁신 및 경쟁법’(USICA)을 압도적으로 가결해 초당적으로 대중 압박에 나섰다.



그러나 국제무대의 중심국가로 성장한 중국은 현재를 미국 극복의 호기로 삼고 조금도 물러서려 하지 않는다. 유구한 문명국가로서 세계적 굴기(우뚝 일어섬)의 당위성 강조와 동시에 과학기술 자립과 내수 시장 활성화, 그리고 적극적인 국제 통상질서 재편 논의를 통해 미국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계속 천명하고 있어 미·중 갈등의 끝이 오리무중이다. 이미 양자 관계는 전략적 경쟁 시대를 넘어 전략적 대항 시대에 진입한 ‘신(新) 냉전’ 양상이며, 갈등의 원인을 서로 상대방 책임으로 전가함으로써 많은 국가들을 선택의 함정으로 내몰고 있다.

이 상황에서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면서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한국의 입장은 매우 어렵다. 한·미 동맹구조와 한·중 협력구조의 차별성에도 중장기적으로 한국은 남중국해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문제, 그리고 인도·태평양전략이나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국 협력체) 같은 미·중 대립구조에 연루될 가능성 때문에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해서 문제가 해결된다면 바랄 게 없지만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는 현실 국제정치에서 통용되기 어렵다. 또 전략적 모호성의 유지는 실질 주도 역량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 미·중 간 대립 이슈에 대해서는 전략적 자율성을 가지고 선별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중·북 관계가 한·미 동맹보다 더욱 밀착돼 있어 중·북의 ‘의도된 조율’에도 유의하면서 안보 이슈와 관련해서는 한·미 동맹이 안보의 핵심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다행히 5월 한·미 정상회담이 양국 동맹을 재확인하면서 불확실한 ‘중국 역할론에 대한 과도한 기대로 중국에 끌려 다닌다는 메시지를 반복하고 있는 대중 저자세 및 경사(傾斜) 외교’를 교정하는 단초를 제공한 것은 다행이다.

일단 미·중 갈등 구조의 본질과 미래에 대한 중장기적 파악을 통해 미·중을 선택의 대상이 아닌 설득의 대상으로 바꾸는 노력이 시급하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원칙의 문제다. 무엇이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지, 무엇이 자유·민주 가치 수호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냉정한 인식과 국내적 공감대 확보가 최우선임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