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민생행보 본격화 현충원 찾아 천안함 묘역 등 참배 카이스트선 핵공학과 학생들 만나 진로 위기 처한 청년층 의견 청취 “국회의사당, 세종 이전 긍정적 500년 전부터 충남에 뿌리 있어” 7일 국민의당 안철수와 만나 김종인 전 위원장 면담도 추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윤석열이 듣습니다’라는 타이틀로 진행하는 민생 행보의 첫 행선지로 6일 대전을 택했다. 윤 전 총장은 부친의 고향이 충남 공주인 것을 고리로 충청대망론의 주인공으로 주목받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국립 대전현충원을 찾아 현충탑과 천안함 용사, 제2연평해전 전사자 및 연평도 포격 도발 묘역을 참배했다. 이어 방명록에 “목숨으로 지킨 대한민국 공정과 상식으로 바로 세우겠습니다”라고 남겼다.
그는 첫 민생 행보로 현충원을 찾은 것에 대해 “제가 현충일에 대전을 오긴 했는데 그때는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만 만났다”며 “(다시) 대전을 방문하게 될 때 반드시 참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후 윤 전 총장은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을 방문해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청년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지난 5일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주한규 교수를 만난 것에 이은 탈원전 비판 행보다. 그는 카이스트 원자핵공학 전공 석·박사 과정 학생들과 오찬 직후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정책은 국민의 삶에 깊은 영향을 주는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장기간의 검토와 국민적 합의를 거쳐 진행됐어야 한다”며 “성급한 탈원전 정책은 반드시 재고되고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의 첫날 행보는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 지역과 청년, 반문(반문재인) 세력을 아우르고 보수의 전통가치인 안보를 선점하려는 다목적 전략으로 분석된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윤 전 총장은 50대 이상 연령에서 30∼40%대 지지를 받았지만 20∼40대에선 10% 안팎으로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였다. 안보 챙기기와 탈원전 비판은 중장년층에는 호소력이 있지만, 청년층의 관심과 기대를 이끌어내는 데는 약한 주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진로 위기에 처한 학생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끌어내면서 청년과 반문 정서를 아우르려는 행보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연일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며 각 현안에 대한 입장도 구체화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검찰총장 시절 월성원전 수사를 직접 지휘한 부분에 대해 “법에 따라 이뤄진 일인지를 판단하는 것인데도 통치행위에 대한 도전이라는 강력한 견제가 들어왔다”며 “(저의 지휘에) 부적절한 부분이 있었다면 시간이 지나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방류 문제에 한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과거에는 그 부분을 크게 문제 안 삼았다”며 “그때그때 정치적 차원에서 볼 문제가 아니고 일본 정부와 각국이 협의해 국제적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정권의 강경 대일정책을 비판하며 일본과의 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대권도전 선언 이후 행보가 보수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에는 “저는 보수, 진보 등 이념을 따지지 않고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뭐든지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전·충청지역 언론인과 간담회에선 국회의사당의 세종 이전 문제에 대해 “국회와 주요 행정부처가 지근거리에 있어야만 의회주의가 구현되고 행정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세종시 국회 이전의 적절한 시기에 대해선 “국가 전체의 주요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면서 “근본적으로 행정부처와 국회의 공간적 거리가 짧아야 한다는 말을 드린다”고 부연 설명했다.
충청대망론의 기대주로 주목받는 것과 관련해선 “저는 서울에서 교육받았지만 500년 전부터 일가의 뿌리가 충남에 있어 충청인들이 그렇게 생각해주시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앞으로 한 달간 민생 행보를 이어가며 국민의힘과 밀고 당기기를 지속할 예정이다. 그는 7일에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만난다. 야권 킹메이커인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도 면담을 추진 중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김 전 위원장과 언제 만나느냐’는 질문에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