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왜 LH를 혁신해야 하는가

거대 공기업 ‘밀실’ 구조개편 안돼… 공론화 해야

지난 3월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으로부터 촉발된 부동산 투기 수사 결과가 6월 7일 발표됐다. 529명을 검찰에 송치했고 내부정보 이용 투기 혐의 공직자는 LH 직원 5명을 포함하여 42명이다. 그중 21명이 구속되었다. LH 직원은 2명 구속되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구속된 LH 직원 수가 적어서인지 봐주기 수사 아니었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1500명이 넘은 수사 인력과 중간에 검찰까지 투입하여 LH공사 전체 직원 직계존비속까지 모두를 3개월간 집중 수사한 결과이다. 앞으로 추가 혐의자가 더 나올 가능성은 있지만, 현시점에서 LH 해체를 운운하거나 9800명에 이르는 직원을 투기꾼 집단으로 매도하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전문가 등은 정부가 LH 구조개편을 3개월 미룬 것에 대해 문제 삼았다. LH 직원들이 얼마큼 부정한 투기행위를 했는지, 다른 기관 등에 비해 어떤 점이 더 심각한지, 왜 LH를 구조개편 해야 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보인 전문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자산 185조원, 연간 사업비 40조원에 11만호 주택을 공급하는, 거기에 1만명 가까운 직원이 근무하는 거대 공기업의 구조개편 발표를 사건 발생 3개월 이내에 해야 하는 이유는 아무도 제시하지 않았다.

황희연 충북대 도시공학과 명예교수

이번 LH 일부 직원의 부동산 투기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이번 기회에 부동산 투기자들을 발본색원하여 처단하고 근원적 방지책을 제도화해야 한다. LH도 거듭나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많은 역할을 하는 거대 공기업의 구조개편을 밀실에서 몇 개월 작업하여 결정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LH는 혁신해야 한다. 구조개편도 해야 한다. 그렇지만 목적과 방식은 달라야 한다. LH가 임대주택 건설·관리 등 주거복지 예산에 충당하는 금액이 연간 1조원이 넘는다. 사업성이 약한 균형발전 사업도 상당량 수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채 130조원을 끌어안고 있다. LH가 그나마 유지된 것은 수입원 70∼80%를 차지한 택지개발사업과 일부 주택분양을 통해서다.

그간 LH는 혁신도시, 세종시, 2기 신도시 등의 개발을 통해 택지개발사업을 이어왔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운 수준의 많은 신도시 개발이었다. 끝날 것 같았던 신도시 개발이 이번 3기 신도시 건설로 이어졌다. 현재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104% 수준이다. 수도권도 100%에 육박한다. 3기 신도시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110%를 넘어설 것임이 분명하다. 그 수준이 되면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주택 수요는 양적으로 어느 정도 충족된다.

3기 신도시 건설 이후 LH 역할은 어떠해야 할까. 공사가 감당하고 있는 주거복지와 균형발전 사업 예산을 누가 담당할 것이며, 130조원에 이르는 부채는 어떻게 할 것인가. 국내기업 해외진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해외 개발사업, 유동자산의 건전한 투자를 유인하는 리츠사업, 사업성이 약한 도시재생사업 그리고 남북경협 활성화에 대비한 북한 개발 사업 등에서 LH가 맡은 역할을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몇 달 만에 결정하기에는 고민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다. 훨씬 작은 기업 하나의 구조를 개편하는 데도 몇 년씩 걸린다. 부동산 투기 대책과 LH 구조개편을 2개 트랙으로 나누어 접근해야 그 실마리를 풀 수 있다. LH의 미래 역할과 사업 방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2009년 주택공사·토지공사 통합배경도 되새겨 구조개편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그 과정은 투명하고 공론화된 장에서 펼쳐지지 않으면 안 된다. 성급하게 처리해서는 더욱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