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탄소중립 수식어만 남기고… 숲이 사라졌다

당장 두 발 앞 호미질에 집중할 뿐, 노인은 앞산 쪽으로는 시선을 주지 않았다. 어떤 것들은 사라지고 난 뒤에야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숲이 없어진 자리엔 적막만 남았다. 노인은 민둥산을 흘깃 보고선 말했다. “살면서 처음 만나는 광경이다. 심을 때부터 줄곧 봐왔던 나무들이 하루아침에 다 사라졌다.” 한 주 동안 강원도와 충청도 일대를 이동하는 동안 이 같은 풍경은 반복적으로 목격됐다. 경관이 그리고 생명들의 삶터가 사라진 자리엔 그린뉴딜, 탄소중립 같은 거대한 수식어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