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자를 사칭해 116억원대 사기행각을 벌인 김모(43·구속)씨가 경찰에서 돌연 "유력인사들에 금품을 건넸다"고 폭로한 뒤 수사가 시작되자 추가 진술을 거부하는 상황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자신이 불리한 처지에 놓이자 관리해왔던 인사들에게 일종의 '구명 메시지'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오는가 하면, 평소 김씨의 행태 등을 고려할 때 절박한 심정에서 나온 충동적 반응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는 김씨가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는 점을 놓고 "사건을 재판에 넘길지는 결국 검찰이 판단하는 것으로 생각해 검찰과 '거래'를 해보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먼저 말을 해놓고 진술을 거부하는 것은 자신이 경찰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점을 내세워 상대방에게 구명을 위한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자신이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판단하면 '이판사판' 심정으로 폭로전을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씨의 주변인 중에는 평소 자기과시가 강했고 순간적인 감정 표출이 잦았던 김씨의 모습에 비춰볼 때 계획적 폭로보다는 충동적 행위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이들이 적지 않다.
김씨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평소에도 자기가 장관 등 여러 유명인사를 알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이었다"며 "본인 의전을 제대로 안 해준다는 이유로 갑자기 난동을 부리는 모습 등을 보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김씨는 겁이 많은 사람"이라며, 그가 특별한 생각 없이 금품공여 사실을 경찰에 얘기했다가 일이 커지자 당황해 입을 닫고 있다고 봤다. 이 관계자는 "(사건이 주목받으면서) 지금은 '멘붕'(멘탈붕괴) 상태인 것 같다"고 했다.
경찰은 부부장검사로 강등된 전 서울남부지검 이모 부장검사와 직위해제된 전 포항 남부경찰서장 배모 총경,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성섭 TV조선 앵커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금품 공여자인 김씨도 함께 입건됐다.
현재까지 입건자 외에도 김씨에게 선물 등을 받아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람은 '포르쉐 무상 제공' 논란 속에 최근 사직한 박영수 전 특별검사 등 최소 28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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