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년 뒤 국내 주요 화학기업 중 5분의 1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의 화학산업은 오랜 기간 전 세계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해왔지만 최근 중국이나 중동 지역 국가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만큼 강도 높은 혁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11일 매킨지의 ‘한국 화학기업들의 견고한 미래 창출(Creating a strong future for South Korea’s chemicals companies)’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30개 화학기업 중 10∼15년 뒤에도 생존할 수 있는 기업은 4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킨지는 “전 세계 화학산업에 속한 기업 중 5분의 1만이 10∼15년 뒤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의 30개 화학기업 중 상위 5분위에 속한 기업은 5개이고,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은 16개(53%)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올해 연간 1000만 규모의 에틸렌 생산 능력을 확보했지만, 2030년 무렵에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3000만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화학기업들의 해외 지사와 생산기지의 40%가 중국에 몰려 있는데, 중국이 자체적으로 충당하는 수요가 늘어났다. 또 중국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 간에 자유무역이 확대되면서 이들 국가의 중국 의존도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2000년대까지도 비교적 호황을 누렸던 국내 화학산업은 2010년대 들어 급격히 상황이 반전됐다. 2001∼2011년 10년간 한국 화학기업들의 총주주수익률(TRS: 기업이 주주에게 배당 등으로 돌려주는 금전적 보상)은 연평균 29.2% 성장하며 글로벌 화학제품 시장의 실적을 압도했다. 그러나 2011∼2020년 9년 동안의 TRS는 1.3%로 급감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크게 세 분야로 혁신 방향을 제시했다. 우선 디지털 전환과 생산·공급망·네트워크 등의 통합을 고려한 인수·합병(M&A), 범용 화학제품과 특수 화학제품 등 분야별 다양한 전략 수립 등을 포괄하는 업무 수행의 전반적 변화가 첫 번째로 꼽혔다. 새로운 수요 및 고객을 발굴하기 위해 해외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과제로 제시됐다. 더불어 단기적으로 떠오르는 분야에 집중하며 불필요한 경쟁을 치르는 것보다 과감한 M&A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매킨지는 “화학산업은 한국경제 발전의 원동력이었지만, 산업지형이 바뀌고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뒤처질 위기에 놓였다”며 “능숙한 CEO(최고경영자)만이 국제무대에서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