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가 교육시설 난립·당국 관리 허술… 아이들 사각 방치 [심층기획-위기의 공교육]

서울 초등학교 취학 대상 10명 중 1명 학교 밖에

교육부, 학교 밖 아이 교육상황 파악 못해
교육청도 개개인 공교육 거절 이유 몰라

초등교 취학 헌법상 의무… 어기면 과태료
당국, 실제 과태료 부과 사례는 전혀 없어

미취학 아동 가정방문, 학대 여부만 확인
가정에서 어떤 교육 받는지는 점검 안 해

대법, 최근 강남 비인가 학교 벌금형 확정
홈스쿨링·대안학교 병역회피에 악용도

#1. “고민 끝에 입학보다 홈스쿨링을 하기로 했고 우리 집은 이제 학교가 돼 있어요.”

 

가수 서태지(정현철)씨는 딸(8)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직접 교육하기로 했다. 서씨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팬데믹 때문에 아빠가 직접 선생님이 돼 드럼 연주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며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나노단위로 지켜보는 것이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2. 축구선수 출신 방송인 이동국씨도 홈스쿨링을 통해 딸(14)을 가르치고 있다. 이씨는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딸이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집에서 교육받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씨는 딸의 경우 운동을 하다보니 결석이 잦았고, 이 때문에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씨의 딸은 아침부터 외국인과 대화하며 영어를 익혔고 수학과 과학에 이어 오후에는 역사와 중국어 등을 공부했다.

 

공교육을 거부하는 부모와 아이들이 늘고 있다. 올해 서울 초등학교 입학 대상자 10명 중 1명이 입학을 포기·유예할 정도지만, 교육 당국의 관리는 허술하기만 하다. 공교육 밖 아이들이 학교를 거부하는 이유는 물론 어디서 어떤 교육을 받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비인가교육시설이 난립하고 홈스쿨링이나 대안학교가 병역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11일 교육부에 따르면 ‘학교에 오지 않는 아이들’의 규모는 시·도 교육청 차원에서 집계하고 있으나 학생 개개인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정확한 이유까지는 파악되지 않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유학 증가를 공교육 거부의 한 원인으로 들고 있으나 타당성이 약하다. 교육전문가들은 지난해 코로나19로 해외출국이 어려웠던 만큼 대부분의 아이들이 홈스쿨링이나 비인가 학교에 진학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초등학교 진학은 헌법상 의무이나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아 처벌된 사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헌법 제31조 2항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갖는다. 그뿐 아니다. 초중등교육법 13조는 자녀 또는 아동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고,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다니게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만약 취학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아이의 의무교육을 방해할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받게 된다.



하지만 교육당국이 실제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는 전무하다. 서울의 한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현장에서 느끼기에 과태료 부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고민스럽다”며 “실제 과태료를 부과했거나, 부과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학교에 나오지 않는 아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육당국은 입학하지 않는 아이들의 가정을 방문해 학대 여부를 확인하지만 언제, 얼마나 자주 방문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매뉴얼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아이들이 받는 교육의 질도 점검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서울의 한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에서 학대 여부만을 확인하지만 개인이 어떤 교육을 받는지는 점검하지 않는다”며 “미취학 가정에 아이들의 입학을 독려하고 때론 독촉장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6년 제주에서 홈스쿨링 중인 12세 아이가 구구단을 못 외울 정도로 방치된 사례가 나타나 논란이 됐지만 이후 상황은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학교에 오지 않는 아이들이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이, 비인가 교육시설 등은 불법과 합법 사이를 오가며 공교육을 흔들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서울 강남에서 비인가 교육시설을 학교처럼 운영한 홍모씨에게 벌금 300만원 형을 확정했다. 이곳에서는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3시10분까지 영어와 지리, 미국사 등의 수업이 이뤄졌고 강의가 끝나면 동아리 활동까지 제공했다. 학기당 학비가 1200만원으로 고액이었음에도 110명의 아이들이 몰렸다. 홍씨는 “학위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학부모 등에게 안내했다”고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헌법이 규정한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 등을 언급하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홈스쿨링이나 대안학교 등 사교육이 병역회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비인가 시설에서 교육받으면 지난해까지는 학력미달로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이렇게 병역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진학하거나 사회에 진출하는 ‘꼼수’가 가능했다. 교육업계 관계자는 “저출산 문제 등도 있었지만 뒤늦게 빈틈을 발견한 병무청에서 곧바로 제도를 변경했다”고 귀띔했다. 실제 병무청은 올해 1월부터 병역처분 기준을 바꿔 학력에 따른 차별을 없앴다. 병무청 병역판정검사과 관계자는 “그동안 학력이 부족했을 경우 보충역 등으로 병역의 의무가 주어졌다”며 “지난 1월 학력에 대한 차별이 사라지면서 초등학교에 다니지 못했어도 병역을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당국 관계자는 “공개적으로 홈스쿨링을 홍보할 정도로 공교육의 위상이 추락한 것 같아 한편으로는 씁쓸하다”면서도 “공평한 교육의 기회를 강조하는 정부의 철학에 따라 이들에 대한 조사와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홈스쿨링… “공교육 다양성 확보 시급”

 

“학교폭력이 두렵다거나 교사를 믿을 수 없다, 원하는 수업을 듣게 해 주고 싶다는 이유를 댄다.”

 

‘자녀를 초등학교에 취학시키지 않는 가정’에 대해 서울의 한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이같이 전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홈스쿨링 때문에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는 부모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이들에게 학교의 장점을 설명하고 입학을 권유하지만 완강한 이들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홈스쿨링이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장단점이 뚜렷한 만큼 부모의 돌봄 여력과 자녀의 희망, 기질 등을 고려해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홈스쿨링 증가의 바탕에는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있는 만큼 학교 교육의 다양화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홈스쿨링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부모와 아이가 희망하는 교육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부모의 막대한 노력이 뒤따르는 것은 물론 확실한 교육 커리큘럼이 없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은 게 단점으로 꼽힌다. 교육당국 관계자는 “홈스쿨링 등 학교 밖 수업을 받게 되면 학업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지만 또래와 어울리면서 형성되는 사회성은 기르기 어려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홈스쿨링에 대해서는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찬성 측은 부모가 자식을 책임져야 하는 만큼 진학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녀가 학교보다 가정에서 교육받는 걸 행복해한다면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홈스쿨링은 공교육 근간을 흔들 수 있고, 교육의 질 역시 담보할 수 없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다양성 결여 때문에 홈스쿨링이 늘어난다고 본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공교육이 다양한 학생들을 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교육위원회 위원인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은 “코로나19의 영향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며 “자율형 사립학교 죽이기 등 이 정부의 교육정책이 고교 하향 평준화를 부추겨 결국 학부모들로 하여금 학교를 떠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홈스쿨링 허용문제를 따지기에 앞서 공교육의 다양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새로운 교육의 요구가 있다면 기회를 주되 그런 수요에 대해서 공교육이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불가피한 이유가 아님에도 학교 밖 교실을 선택한 아이들에게는 공교육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설득하고, 그럼에도 다른 교육을 받겠다고 하면 법 테두리 내에서 다른 교육기회를 제공해 주는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