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평점으로 기사와 택시업계를 손아귀에 넣고 관리하겠다는 겁니다.”
11일 카카오T 택시 서비스를 사용하는 택시기사 김모(62)씨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낮은 평점을 받은 택시기사들에게 배차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하는 정책을 들고 나오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아니면 고객을 만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카카오가 기사들 줄을 세우는 처사”라며 반발했다.
택시업계의 반발이 뻔한데도 카카오모빌리티가 유료화 및 기사 평점 제도를 강행할 수 있는 건 이미 시장을 선점했다는 자신감이 바탕에 깔렸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모바일 택시호출 시장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시장 점유율을 80∼90%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경쟁사인 티맵과 우버가 합작한 우티는 10% 안팎에 불과하다. 카카오가 사실상 국내 모빌리티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이 시장을 선점한 후 서비스 공급자 옥죄기에 나서는 고질적인 행태에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실제 이 같은 일은 카카오T가 처음이 아니다. 연간 5000억원에서 6000억원의 손해를 감수하며 새벽 배송 시장을 선점한 쿠팡의 경우에도 1등 사업자에게 축적된 소비자 리뷰 등을 몰아주는 ‘위너 시스템’ 등으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국내 음식배달 플랫폼 시장의 78%를 점유하고 있는 배달의 민족은 최근 단건 배달 서비스인 ‘배민1’을 들고 나오면서 업주들로부터 반발을 샀다. 배달의 민족이 쿠팡이츠와 경쟁으로 고액의 수수료를 부담하게 하는 단건 배달 서비스를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이미 적응된 플랫폼을 잘 바꾸지 않는 소비자 특성을 이용해 시장을 먼저 장악한 뒤 이윤 확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사가 취하는 이득은 서비스 공급자와 소비자의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정보기술(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의 경우 초반 시장 선점이 사업 승패에 중요한 요소”라며 “시장을 선점한 플랫폼사들이 갑작스러운 이윤 극대화에 나설 경우 서비스 공급자와 소비자에게 그 부담이 전가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