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더불어민주당 경선 선거인단’ 참여 공개 독려에 ‘역선택 유도’라는 민주당의 반발이 거세게 일자, 같은당 이준석 대표가 ‘화이트해커’라는 말로 김 최고위원의 역할을 높게 평가했다.
통상 인터넷 시스템 등을 파괴하는 ‘블랙해커’와 달리 화이트해커는 보안시스템의 취약점을 알려주므로 ‘선의의 해커’라는 의미를 지니며, 민주당의 선거인단 가입 독려 시스템에 일종의 결함이 있다는 점을 반대 진영인 김 최고위원이 ‘침투’로 몸소 보여줬으므로, 그의 역할을 높이 사야한다는 이 대표의 생각으로 읽힌다.
이 대표는 12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에서 “민주당이 국민선거인단을 과도하게 늘리려고 불특정 다수에게 너무 많은 스팸문자를 살포한 점을 짚어야 한다”며 “제가 아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제게도 참여문자를 많이 보낸 것으로 봐서 민주당 국회의원과 친소관계가 있는 ‘일반국민’들에게 선거인단 가입을 많이 종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날의 일들을 돌이켰다.
이어 “이런 식의 홍보방식을 활용하면 일반국민 보다는 민주당 국회의원과 친소관계가 있는 국민이 많이 포집돼 보편적 민심과는 괴리된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반 농담으로 말씀드리면 오히려 김재원 최고위원이 껴있는 게 민심에 가까운 결과일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민주당 경선룰의 취약점을 알려준 김재원 최고위원은 누가 봐도 화이트해커”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국민선거인단에 신청해달라고 앞 다퉈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면서, 기꺼이 ‘한 표’를 던지기 위해 민주당 선거인단에 가입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배우 김부선씨를 언급하며 “이재명 후보에게는 손이 가지 않는다”는 평가에 이어, “현재까지는 TV에 나와 ‘여자대통령’을 한 곡조 뽑으신 추미애 후보님께 마음이 간다”고 분석을 내놓았다. 물론 국민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달라질 수 있다는 변심 여지도 남겨놓으면서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러한 김 최고위원의 글을 향해 “제1야당의 정치수준과 단면을 보여주는 충격적 작태”, “법률적 대응을 적극 검토할 것”, “나쁜 정치의 진수를 보여준다” 등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김 최고위원의 SNS 글이 도리어 민주당 대선 후보를 둘러싼 ‘역선택’을 유도한다는 거다. 즉, 선거인단 개입으로 민주당 경선 시스템에 혼란을 주려한다는 지적이다.
그러자 이 대표는 같은날 오후 SNS에서 “김재원 최고위원이 선거인단에 가입했다고 민주당에서 대변인 논평씩이나 내며 호들갑”이라며 “선거인단 억지로 늘려보려고 국민에게 무한 스팸을 보낸 것을 반성해야지 누굴 탓하고 있느냐”고 민주당을 겨냥했다.
김 최고위원의 글로 민주당의 선거결과가 왜곡될 거라면, 민주당이 스스로의 경선시스템이 허술하다고 자인하는 거라는 이 대표의 비판이다. 나아가 “김재원 최고위원이 다수의 대중을 선동해 민주당 경선을 특정한 방향으로 조작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게 사실이면, 그 즉시 김재원 최고위원이 우리 당 최강의 잠룡이다”라고 내세웠다.
한편, 어떠한 의미가 담긴 것인지는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12일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김 최고위원을 향해 엄지를 들어 보이는 이 대표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