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통화량 증가세가 한풀 꺾였지만 증시 유동성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13일 공개한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5월 평균 광의통화량(M2)은 3385조원으로 4월보다 21조4000억원(0.6%) 늘었다. 다만 증가폭이 2002년 통계 편제 이후 사상 최대 기록이었던 4월(50조6000억원)보다는 한풀 꺾인 모습이다.
광의통화량 지표 M2에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 이외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금융채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이 포함된다.
세부적으로 수익증권(6조2000억원),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4조7000억원), MMF(4조2000억원) 등이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통화량 증가 배경에 대해 “증권사 등 기타금융기관에 주식거래자금 등이 유입되고, 이들 기관이 모인 돈을 MMF, 정기예적금 등에 넣어 운용하면서 기타금융기관의 통화량이 늘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초저금리 기조를 바탕으로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신용거래융자는 8거래일 연속 증가하며 24조614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다.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는 증시가 급등하던 올해 초 19조3523억원에 달하다가 6개월 만에 5조원 이상 더 늘었다.
이러한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에 증자에 나선 상장사도 급증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상증자에 나선 상장사는 모두 231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140개사) 대비 65% 증가했다. 금액은 17조3953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8765억원) 대비 348.7% 늘었다. 무상증자에 나선 상장사도 2배 이상 늘었다. 83개사가 무상증자를 시행해 지난해 같은 기간(29개사) 대비 186.2%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신용거래융자로 투자하면 주가가 하락할 경우 반대매매 등으로 손실이 확대될 수도 있어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이 연내 금리인상을 예고한 만큼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상존해 향후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국내 금융시장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등락에 영향을 받는 가운데 국내 코로나 확산 경계감 등으로 변동성이 일부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증권사들도 빚투를 의식해 신용거래를 줄이고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 5일부터 별도 공지 시까지 신용거래융자 및 신용거래대주 신규 거래를 제한했다. DB금융투자도 6일부터 신용 사용 급증 이유로 신용융자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다.
보험사에서는 부동산담보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1분기 말 기준 가계 부동산담보대출채권 잔액은 21조3293억원으로 1년 전보다 17.2%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만 1조700억원가량 불었다. 한화생명의 가계 부동산담보대출채권 잔액은 4조9084억원으로 1년 전보다 17.3%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