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밖에서 야권 잠룡으로 거론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해 ‘3인3색’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야권 궤도 안에 머물면서도 국민의힘과 거리를 두고 있고, 최 전 원장은 곧 제1야당 무대에 올라설 분위기다. 김 전 부총리는 여야 구분이 되지 않는 상태로 ‘정치교체’를 외치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3일 라디오방송에서 지난 9일 윤 전 총장과 만난 사실을 공개하며 “국민의힘에 당장 들어갈 생각은 없는 것 같다”며 “바깥에서 중도층을 결집하는 역할을 하고 마지막에 국민의힘 후보랑 단일화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코로나19 조치 강화로 윤 전 총장의 장외 행보가 어려워진 만큼 여의도 정치나 당내 정치에 신경 쓸 상황이 되지 않았나”라며 “입당 문제도 큰 이견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장외 행보에 대해선 외연 확장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강성 보수에 가까운 메시지와 ‘반문(반문재인) 행보’를 이어가면서 미래 비전과 철학이 드러나지 않고 있어서다. 이날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선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에게도 양자 대결에서 밀린다는 결과가 나왔다. 여권 1위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아니라 이 전 대표에게 뒤처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내 김건희씨 등 가족 리스크에 “공정한 법 집행”을 내세우며 원론적 대응에 그치고, 뚜렷한 비전 없이 제1야당 밖에 머물면서 기대감이 줄어든 탓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윤석열 대세론이 많이 꺾인 분위기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윤 전 총장의 정치선언 이후를 보면 중원을 포기한 사람처럼 보인다”며 “정치선언도 통합 얘기는 없고 분노만 표출했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의 맞수로 언급되는 최 전 원장은 국민의힘 입당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최 전 원장 측에서 공보 담당을 맡은 김영우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최 전 원장은 정당 정치가 아니고는 대의민주주의를 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더 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입당을)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현재 1, 2위를 달리는 여야 대권 주자를 보면 고장 난 대한민국을 치유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뿐 아니라 윤 전 총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최 전 원장은 향후 정치참여 선언에서 구체적 정책 비전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최 전 원장 측은 통화에서 “국민이 힘들어하는 먹고사는 문제, 특히 청년 일자리와 주거 문제에 대해 많이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이 2년 임기 후 내각제 개헌을 검토할 수 있는 후보라고 평가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발언에 대해선 “개헌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으로서 2년만 일한다고 하면 시작하자마자 레임덕이 시작될 텐데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일축했다.
오는 19일 저서 ‘대한민국 금기 깨기’를 출간하는 김 전 부총리는 향후 행보가 안갯속이다. 여야가 아닌 제3지대에 머물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전 부총리는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국민의힘 경선에 합류하느냐’는 질문에 “우리 정치 현실에서 여야가 바뀐다고 해도 사회·경제의 근본적 문제가 해결될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정권 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 세력의 교체나 의사결정 세력의 교체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하려고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