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여야 간 합의가 번복된 데 이어 정부에서도 난색을 보이면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가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당정 간에 파열음이 나오는 데다 야당은 선별 지원을 위한 추경안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어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13일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100% 재난지원금 지급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소득 하위 80%까지 지급하는 (정부)안은 선별 기준이 대단히 모호하고 여러 가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1인가구에 청년층이 많은데 이들의 소득기준이 굉장히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소득 상위층의 소비 진작을 겨냥한 ‘신용카드 캐시백’ 정책은 코로나19 방역 상황 등을 고려해 폐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민의힘도 “배석자 없이 생긴 오해”라며 전날 양당 대표 간 합의를 사실상 뒤집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현안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합의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확정적인 합의보다는 가이드라인에 가까운 것이었다”며 “최종 결정 창구는 원내지도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전날 송 대표가 제안한 것은 여당과 홍 부총리가 합의가 되지 않았던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홍 부총리가 이날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전날 합의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데 대해 “소상공인 지원 확대에 당정이 합의하지 못하면 전 국민 재난지원금도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못 박았다.
이에 송 대표는 이날 울산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 후 기자들과 만나서 이 대표의 발언을 거론하며 “(우리 쪽에서도) 기획재정부와 홍남기 부총리를 비롯해 많은 반발이 있다”며 “그러나 여야가 국민 눈높이에서 처리해야 한다. 전체 국민의 상생위로금 차원에서 지급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정부와 협의 없이 당이 일방적으로 가겠다는 것은 무리가 있어서 당정청 협의에서 여러 이견을 조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여야와 정부가 입장이 다른 만큼 2차 추경안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방향을 둘러싼 혼란과 갈등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기재위 전체회의에서는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놓고 여야 간 충돌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