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리 앙투아네트
강렬한 핑크, 화려한 케이크에 둘러싸여 웃고 있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프랑스 마지막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다. 전체적인 내용 자체는 약간의 픽션 외에는 역사적 사실을 최대한 잘 표현하려 했다. 그녀가 오스트리아에서부터 프랑스로 오는 과정, 루이 16세를 처음 만나는 날, 화려한 프랑스 궁전의 내부를 호기심 있는 눈으로 둘러보는 모습들은 마치 그녀의 사치가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야’ 라고 말하는 듯하다.
#영화 속 요리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식사 장면은 꽤 중요한 포인트다. 테이블 앞에서의 대화와 행동 하나하나가 사람들의 구설에 오를 정도로 많은 귀와 입이 오가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매번 많은 구경꾼 사이에서 화려한 아침 식사를 먹는데, 재료의 모양을 살린 요리들이 화려한 프랑스 왕족의 생활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듯하다.
루이 16세와 함께 한 사냥터에서 도시락을 먹는 장면은 마치 ‘로코코’ 시대 한 장의 그림처럼 느껴진다. 또 마리 앙투아네트가 가는 곳마다 항상 다과상이 올라오는데, 우리가 아는 케이크부터 슈, 마카롱까지 다채롭고 화려한 단과자들이 준비되어 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프랑스의 미국 독립 원조와 프랑스 내 경기 침체로 인해 시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는 시기로 빵 하나 제대로 먹기가 어려운 때이다. 지금 시대에 봐도 화려해 보이는 디저트들을 탐닉하며 하물며 강아지조차도 과자를 먹는 장면에서 그녀의 사치를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영화에서는 그녀의 사치가 마치 궁정 내 외로움과 스트레스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처럼 묘사하며 디저트들을 하나하나 입으로 가져가며 접시가 비워진다. 마치 입안에 넣으면 사라지는 달콤한 허무함을 묘사한 것 같아 재미있게 느껴진다.
#아스파라거스 요리
마리 앙투아네트와 루이 16세의 첫 식사 테이블에 등장하는 아스파라거스는 꽤 의미 있게 다가온다. 테이블 중간을 큼지막하게 차지하고 있는 아스파라거스 다발은 후손을 잘 보기 위한 그들의 간절한 염원 같기도 하다. 역사에서도 후손이 생기지 않아 고생하는 왕비의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아스파라거스는 유럽의 대표적인 고급 식자재로 ‘귀족의 야채’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그 시대에는 아스파라거스가 최음의 효과가 있다고 믿었는데 최음 효과까지는 아니지만 피로회복과 자양강장에 좋은 것은 사실이다. 숙취 해소에 좋은 아미노산 일종인 아스파라긴도 이 아스파라거스에서 따온 이름이다. 또 토마토와 함께 먹어주면 아스파라긴산과 토마토의 유기산이 위의 염증을 가라앉혀 주고 피부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영화의 배경 시대에 아스파라거스 조리법은 꽤 심플하다. 아스파라거스는 깨끗이 씻은 후 다발로 묶어 소금을 넣은 물에 살짝 데쳐 익힌다. 은제 접시에 담아 준 후 훌렌다이즈 소스나 무슬린 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아스파라거스는 계란과 잘 어울리는데 삶은 달걀이나 포치드한 계란을 곁들여 마요네즈를 버무려 먹으면 맛이 좋다.